對中덤핑 심화…'싸구려 수출국' 오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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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분야가 핵심 수출산업으로 부상한 가운데 중계기를 비롯한 단말기, 시스템통합(SI)업체 등 해외진출 업체들이 과당ㆍ출혈 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해외시장에서의 국내기업간 과당 경쟁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로 건설부문에 집중돼 왔으나 최근에는 IT분야에까지 '자기 무덤 파기식' 출혈경쟁이 번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당경쟁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으로 특히 차이나유니콤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중계기 입찰을 앞두고 국내 중계기 업체들의 이전투구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내 중계기 생산업체는 60여개로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함에 따라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이들 중계기업체들은 중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유니콤이 최근 선정한 30개 중계기 납품 후보업체 가운데 국내업체는 18개만이 포함돼 나머지 40여개 업체들은 사실상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납품후보업체로 선정된 중국업체를 합작선으로 잡기 위해 D무역상사를 통해 저가덤핑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중계기업체들간의 경쟁이 과열되자 차이나 유니콤은 지난주말 최종 납품업체 10여개를 확정하려된 계획을 돌연 연기해 국내 중계기 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입찰가를 더 낮추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셋톱박스업계도 과당경쟁이 심하게 이뤄지는 분야로 꼽힌다.
국내 기업이 전세계 시장의 30~40%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인 셋톱박스는 최근 들어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올들어서만 가격이 20~30%나 하락하는 등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I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 SI업체들을 중심으로 해외사업 실적올리기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업체간 공조 와해는 물론 마구잡이식 사업추진으로 전체 IT업계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사례까지 등장, 수출시장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해외에서의 과당경쟁이 심화돼 가격덤핑에 따른 품질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그동안 쌓아온 IT강국 이미지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싸구려 IT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지않기 위해 IT업체들간의 과당경쟁 자제를 유도하는 한편 과당경쟁에 따른 중소업체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한중무역중재위원회 설치를 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박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