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1월 28일] 휴대폰 약진 계속돼야

지난 1968년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월례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이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고 70%가 산인데다 자원이 별로 없어 ‘인재’를 활용해 수출을 많이 하는 길이 살길”이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 수출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초등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다는 자체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 교과서는 물론 선생님 말씀이나 신문ㆍTV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모두 그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일종의 ‘세뇌교육’을 당한 셈이다.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특히 경제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지면 귀에 못 박히도록 들은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말이 어김없이 나온다. ‘수출만이 살길’은 불변 진리 당시로 되돌아 가자. 그때는 정말 모두가 못살던 시절이었다. 먹을 쌀이 부족해 혼식과 분식을 장려했고 학교에서는 강제적으로 혼식검사를 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하얀 쌀밥 한번 배불리 먹고 싶다”고 하는 친구도 더러 있었다. 그만큼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누구나 ‘수출만 많이 하면 배불리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됐다. 모든 게 수출 대상이었다. 광물, 잘린 머리, 양은 냄비, 어패류 등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달러 벌이(수출)를 위해 내놓았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세월이 흘러도 이 말은 우리에게는 불변의 진리로 다가온다.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도, IMF라는 위기를 극복한 것도, 세계 13위 경제대국이 된 것도 모두 선배들의 피땀 어린 수출증대 노력 덕분이다. 그런 수출이 지난 10월과 11월 잇따라 최악의 성적표를 내보이면서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ㆍ휴대폰ㆍLCD 등 정보기술(IT) 트로이카의 수출이 주춤한 것은 여간 걱정되는 일이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가 더 걱정이라는 데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부진 공포 탓에 세계 경기가 싸늘하게 식었고 심지어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추수감사절ㆍ크리스마스 등 연말 특수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내년에는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IT 수출이 내년까지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국경제에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의 전망만큼이나 실제 상황은 정말 어렵다. IT 업계는 “내년이 더 걱정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쉰다. 정말 어디를 둘러봐도 좋은 구석은 없어 보인다.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 충분 그렇다고 불안과 공포에 허덕일 필요는 없다. 한국의 IT 트로이카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휴대폰은 세계 시장에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희망의 빛이다. 한국 휴대폰의 위상을 높인 삼성전자와 LG전자ㆍ팬택계열은 세계 최고가 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고 있고 내년 혹은 늦어도 후년에는 세계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 안주하기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기위축 여파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이겨내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계속 만들어내야 하고 규모의 경제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핵심 부품 및 소재 국산화는 물론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를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도 수요진작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유도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글로벌 경쟁의 최후 승자가 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밀어 ‘모바일 르네상스’를 앞당겨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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