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주가 '매수청구권' 아래로 떨어졌지만 삼성물산 합병 무산 가능성은 '0%'

행사자격 갖춘 주식 모두 합쳐도 1조5000억 안되고

기준액 넘더라도 계약해지 안하면 합병 그대로 진행


삼성물산(000830)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아래로 추락하면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주주의 수가 합병을 실제 무산시킬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900원(1.55%) 하락한 5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삼성물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5만7,234원)보다 낮아진 것은 합병 발표 이후 처음이다.

지난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임시 주주총회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연이어 내리막길을 걷고 설상가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보다 낮아지면서 합병 무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계약에 따르면 양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 합계가 1조5,000억원 이상이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이 다음달 6일까지인 만큼 삼성물산 주가가 약세를 지속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의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삼성물산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자격을 갖춘 주식 수를 모두 합쳐도 합병 무산 요건인 1조5,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1조5,000억원을 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주주 17% 정도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주주 지분율은 최대한도로 잡아도 14% 미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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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합병 주주총회에 앞서 사전 반대 의사 접수기간 (7월2~16일)에 해당 회사 측에 합병 반대 의사를 접수해야 하고 또 주총에 직접 참석해 합병 안건에 대해 반대 혹은 기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즉, 주총 이전에 사전 반대 의사를 접수하지 않은 주주는 실제 주총에서 합병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어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권리를 가질 수 없다.

현재 합병 주총에 앞서 사전 반대 의사를 접수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한 '일차 관문'을 통과한 주주 지분율은 14%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14%의 주주들이 전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가정도 '비현실적'이다. 이 14%의 주주 중에는 사전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주총장에서는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혹은 아예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권리를 포기하는 '이탈 주주'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불어 설령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이 1조5,000억원을 초과하더라도 반드시 합병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공시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합계가 1조5,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제일모직이나 삼성물산 중 한 곳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지 않으면 합병이 그대로 진행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만약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 내부적으로 판단해 합병을 결정하도록 돼 있을 뿐 1조5,000억원을 넘으면 반드시 합병을 무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양사가 합병을 강력히 추진해왔고 경영진의 의지가 강한 상황이므로 그런 점에 기반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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