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증가 불구 가격 15개월 연속 하락미국의 경기 회복에 힘입은 아시아 각국의 수출 호조가 물량에만 의존한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물량이나마 늘어나는 대미 수출이 미 국민들이 수입품 구입을 늘리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업들이 재고 수준을 회복시키는데 따른 것이어서, 머지않아 수출 증가세도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최근 미 경기 회복을 계기로 아시아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지만 수출제품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은 수출 증가 추세가 이 지역 경제를 회복궤도로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일 계속되는 수출관련 장밋빛 보도에도 불구,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한국 등의 대미 수출제품 단가는 15개월 연속으로 떨어져 지난 달에도 0.2%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톤 은행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 2월중 아시아의 대미 수출이 7.1% 늘어났지만 2월중 수출 가격은 9%나 떨어졌다며, 가격 면에서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각국이 90년대 중반 이래 과잉 생산설비를 떠안고 있는데다 중국에서 저가 물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점. 여기에 미 소비자들이 아직까지 장래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값싼 물건을 찾고 있는 것도 가격을 끌어내리는데 한몫 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가계소비 부진은 아시아의 수출 증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소비 심리도 날로 식어가는 가운데 이뤄지는 지금의 수출 호조는 경기 침체기에 재고를 삭감했던 기업들이 재고 수준을 회복시키는데 따른 현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상 6개월 정도면 재고 물량이 포화상태가 된다는 사이클을 감안할 때, 앞으로 몇 달 후면 아시아의 수출을 견인할 요인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메릴린치 홍콩지점의 이코노미스트인 티모시 본드는 "대미 수출이 (아시아 경기의) 회복세를 촉발하기는 해도 견인해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 워버그의 수석 경제학자인 조지 매그너스도 "(미국 경제의) 소비 비중이 지금보다 3~4%포인트 정도 떨어진다면 아시아 지역은 진정한 침체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이 지역의 '수출 주도형 경기회복'시나리오에 경종을 울렸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