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검찰에 코스닥 상장사 티피씨글로벌과 삼원강재, 유가증권 상장사 현대EP의 주가조작을 도모한 혐의로 구속된 G투자자문 J대표와 W증권 프랍트레이더 L씨는 1974년생 출신으로 사조직인 일명 '74모임' 멤버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비슷한 연도에 출생한 증권맨끼리 모여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을 하는 사조직이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직은 대부분 증권사에서 중소형주(스몰캡) 애널리스트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 그리고 주가조종에 자금을 대는 시세조종세력의 삼각편대로 구성돼있다.
이번에 검찰에 구속된 74모임의 수법을 보면 시세조종세력이 먼저 자금을 대면 개인 차명계좌로 해당 종목을 미리 매집하고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의 펀드 자금을 이용해 해당 종목의 주가를 끌어 올린다. 사학연금의 운용자금은 전국 사립교직원들의 퇴직금이고 자산운용사의 펀드 자금은 고객들이 맡긴 돈이다. 이들은 교직원들과 투자자들이 믿고 맡긴 돈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손실을 입히고 차명계좌 등으로 산 보유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들이 돈을 주고받은 2012년 7~9월 삼원강재 주가는 4,490원(7월25일)에서 5,600원(8월30일)까지 40.7% 올랐다. 티피씨글로벌과 현대EP 주가도 각각 18.85%, 19.8% 상승했다.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유명한 주가조작 사모임은 '○○모임'으로 알려졌다. ○○년 출생 전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투자자문사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로 20~30여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구속된 사학연금의 C 펀드매니저도 ○○년생. 이 모임의 수장은 K투자자문 S 펀드매니저로 일명 'S장군'으로 불린다. 이 밖에 Y자산운용 I 매니저, H증권 소속 J와 O 애널리스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G투자자문 J대표와 함께 근무했던 W증권사 K와 Y 애널리스트도 ○○모임 소속이다. H증권사에서 외국계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후 최근 퇴사한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 H씨도 ○○년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여의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멤버가 많은 조직은 '○○모임'"이라며 "이들이 지난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코스닥종목 S사와 R사, 올해 Y테크, T사를 시세조종한 것은 유명하고 해당 종목 차트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차명거래는 기본이고 휴대폰을 기본 두 개 이상 소지해 조직적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으로 미리 주문하고 펀드로 주가를 올린 후 판다"며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은 오후2시20분부터 허수성 매수주문을 기관 명의로 집중적으로 넣어 다시 4~5% 끌어올린 후 동시호가시간(2시50분~3시)에 집중 매도해 단기차익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모임에 더해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이 결합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띄우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매니저 출신 전업투자가는 "모임별로 결탁해 중소형종목 주가를 움직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성과가 나지 않아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검찰도 이같이 증권가에 뿌리가 깊게 내린 모임들에 칼날을 들이댈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구속된 인원 외에 조직적 주가조작과 관련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며 "이미 증권범죄와 관련된 수사 노하우도 많이 쌓였기 때문에 혐의가 발견되면 제한 없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서민준 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