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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은평점 축·수산물 및 야채 코너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시금치, 콩나물, 브로콜리 등 야채를 사면서 요리법을 묻는 젊은 주부들이 많자 아예 미니 요리책을 함께 판매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반신반의로 시작된 '야채와 미니요리책'의 만남은 대박이 났다.
책 코너에서 빛을 못 보던 미니 쿠킹책은 1년만에 매출이 15배나 증가했다. 미니 쿠킹책의 대박 사례는 다른 매장으로도 소문이 퍼져서 이마트 전 점포에서 똑같이 진열 판매되고 있다. 미니 요리책 매출은 그 뒤로 매년 10%씩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마트의 진열방식이 바뀌고 있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기존 카테고리 중심의 진열에서 벗어나 고객 구매패턴을 연구해 진열하는 이른바 '연관진열'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고객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고객의 동선, 구매행태 등을 분석해 이종 상품을 함께 진열하는 융합 마케팅인 셈이다.
20일 이마트에 따르면 연관진열 품목수는 2009년 5개이던 것이 2011년 20개에 이어 올해는 100여개로 급증했다.
국내 대형마트에서 연관진열의 시작은 2009년 봄 이마트에서 라면 판매대 옆에서 양은 냄비를 팔면서부터다. 고급 수입 냄비들이 즐비한 요즘 매출이 거의 없던 양은냄비는 라면을 끓여먹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며 1개월 만에 5배나 판매가 늘었다. 이를 시작으로 몇년 사이 연관진열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신 과학과 마케팅력이 총동원되는 분야로 떠올랐다. 이종훈 이마트 마케팅팀장은 "초기 연관진열이 단순히 매장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감'에 의존했다면 2년 전부터는 고객분석팀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정밀한 연관진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상품진열과 판매기법만 연구하는 40여명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MSV(Merchandising Superviser)이라는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분석팀이 구매이력 정보를 분석해 진열 자료를 제공한다. 진열이 치밀하게 고객의 심리와 행동유형을 고려한 과학으로 승격된 이유다.
연관진열 형태의 매장 디스플레이는 실제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잊고 있다가도 보면 필요성이 떠오르고 사고 싶은 '견물생심의 힘'인 것이다. 지난해 샐러드야채 옆 드레싱 매출은 전년보다 30% 늘었고 정육매장 옆 쌈장도 3배가량 판매량이 급증했다. 감자 매장 옆에 진열한 카레의 경우 전년보다 매출이 31%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관진열 형태로 매장을 바꾼 후에 해당 상품 매출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15배까지 증가하면서 연관진열은 정체 중인 대형마트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진열 마케팅은 갈수록 카테고리 경계를 허물고 있다.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겨냥, 아령과 역기 진열대에 비타민과 스포츠 음료를 결합시키는가 하면 잡곡류 옆에는 락앤락 용기를 비치했다. 피클을 만들어 먹는 가정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양파 옆에는 식초를 두고 바지락과 소면, 과메기와 묵은지, 초밥과 즉석 된장국, 양주와 숙취해소 음료의 결합은 보편화된 만남으로 통한다.
이종 상품간의 만남에서 더 나아가 이종 테마별 융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바캉스철에는 삼겹살 매장 옆에 테마존을 구성해 버너, 쌈장, 접시, 상추, 돗자리 등을 함께 진열해 매출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텐트 구매 후 3주 정도 지나면 즉석밥, 음료, 소시지 등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난다는 구매 패턴을 파악한 후 텐트 매대 옆에 전용 먹거리 세트를 진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