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박영석대장 로체봉 등정

14시간 사투끝 "여기는 정상" 환희의 타전"여기는 정상. 모두가.수고했다. 그동안 우리.등반을 도와.준 모든.분들께.고맙다고 꼭 전해주.길 바란다" 해발 8,516m의 로체(Lhotse) 정상에서 베이스캠프로 전해진 짧은 무전연락. 히말라야의 봉우리들을 수없이 정복한 박영석(38) 등반대장이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희박한 산소와 지친 몸 때문에 호흡은 가쁘고 말은 자꾸 끊겼다. >>관련기사 지난 4월 29일 오후 3시10분(현지시간). 서울을 떠난 지 꼭 한달만에, 마지막 캠프인 캠프3를 출발 한 지 꼬박 14시간 동안의 사투끝에 맛본 정상의 기쁨이었다. 박대장의 등정은 이번 봄 시즌 히말라야에 도전한 20개 이상의 등반팀들중 유일한 것이어서 더욱 빛이 났다. 짓궂은 날씨 때문에 모두가 정상공격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터였다. 박대장은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로체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8,000m급 14좌중 K2(8,611m)만을 남겨놓게 됐다. 지난 8일 귀국한 박대장은 서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이달말 K2에 오르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떠날 예정이다. 그가 K2에 오르면 세계에서 8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14좌를 모두 등정하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14시간의 사투 = "정말 힘든 등반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정상공격에 나섰던 대원들이 모두 죽는 줄만 알았습니다." 박대장은 이번만큼 힘든 등반을 해 본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산등반의 후유증때문인 지 연신 기침을 해댔다. 박대장이 또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밟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 우선 날씨가 나빴고, 캠프 4를 설치하지 않고 캠프 3에서 정상까지 직접 공격을 감행한 것이 두번째 이유다. "해발 8,000m근처에 있는 옐로우밴드(노란빛의 바위들이 띠처럼 형성된 지대)위에는 눈이 거의 없어 운행에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무척 위험했었죠." 어렵사리 14시간만에 정상에 도착했으나 하산길은 더욱 위험했다. 갑자기 몰아닥친 눈보라 때문에 고글이 얼어붙어 벗어야만 했다. 악전고투. 2m앞을 볼 수 없었다. 8,000m위에서 45도가 넘는 바위벽을 걸어내려오는 것은 평지의 직벽을 내려오는 것만큼 힘들다. 강풍까지 몰아쳐 박씨와 오희준대원, 세랍 장부 셀파는 자일을 풀고 각자 프리등반으로 벽타기를 해야 했다. ◇죽음의 문턱 = "캠프3에 도착한 것은 새벽1시가 넘어서였습니다. 그러나 오대원이 문제였습니다" 후배 오대원은 밤새 보이지 않다가 아침 7시가 넘어서야 텐트안으로 파김치가 되어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오대원은 해발 8,200m지점에서 비박(텐트없이 야외에서 잠을 자는 것)을 했습니다. 그는 정신을 거의 잃고 있었습니다. 하산길의 상당부분을 기억하지 못했어요" 오대원은 죽었다가 살아난 셈이었다. 결국 오대원은 손가락 2개에 심한 동상이 걸려 절단해야 할 처지다. 박대장도 발가락에 가벼운 동상을 입었다. 로체를 등반할 때는 해발 8,000m에 캠프 4까지 설치한 후 정상공격에 나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박대장은 해발 7,200m의 캠프 3에서 직접 정상을 노렸다. 다행히 큰 탈은 없었지만 만약 경험과 기술이 없었으면, 큰 사고가 날 뻔한 등반이었다. ◇로체와의 인연 = "깨끗한 등반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간 겁니다" 사실 박대장은 로체를 두번 올랐다. 이번엔 정점까지 완벽하게 오른 것이었고, 지난 97년에는 정상에서 40m가 모자라는 지점까지 갔었다. 세계 산악계는 박대장의 당시 로체 등정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마침내 지난해 10월 산악잡지 히말라야즈와의 인터뷰를 자청해 양심선언을 했다. "나는 로체를 오르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털어놓으니 마음이 가볍더군요" 산악계는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였지만, 그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박대장의 로체 재도전의 배경에는 그의 뚝심이 있었다. "반드시 K2 정상을 밟아 경기침체로 고실업과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대장의 마음은 벌써 파키스탄의 캐러코람 산군에 마왕처럼 버티고 있는 K2로 가있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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