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제조 혁신기업으로 알려진 캐논이 또 한번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정밀기기인 디지털카메라 생산을 완전 자동화하는 동시에 제조라인에서 설 곳을 잃게 되는 고급 기술인력을 자동화 기술 개발에 활용함으로써 '효율'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시도다. 오는 2018년을 목표로 한 캐논의 야심 찬 혁신은 숙련 기술인력 부족이 불가피한 고령화 시대에 제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카메라 제조업체 캐논이 2018년을 목표로 일본 내 디지털카메라 생산을 완전 자동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렌즈부품 제조부터 카메라 최종 조립에 이르기까지 숙련공의 손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밀한 생산공정을 모두 로봇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숙련된 기술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제조환경 변화에 대응해 사람 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 제조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대신 생산라인에서 로봇에 밀려나는 기술인력은 자동화 기술 개발 등의 작업으로 옮겨간다. 캐논은 핵심공장인 오이타캐논 공장에 총 133억엔을 투입해 '종합기술동'을 설립하고 이곳에 약 500명의 기술자를 배치해 부품 자체생산과 정밀공정 자동화를 위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동화로 발생하는 인력은 숙련된 기술을 로봇에 전수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활용하는 셈이다.
캐논은 이 같은 새로운 제조방식을 통해 생산비용을 최대 20%가량 절감하는 것은 물론 국내생산 비중을 현재의 60%에서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캐논의 시도가 국내 핵심공장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으로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고령화에 따른 국내 기술인력 부족과 해외 인건비 상승, 환율변동 등 다양한 생산 리스크에 대응할 안정적 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을 완전 자동화하는 한편 현재의 기술인력을 장치 개발 등의 업무로 돌리는 방안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캐논의 이 같은 전략은 국내 생산과 고용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제 경쟁력을 높일 방안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캐논은 과거에도 국내 공장의 생산공정 혁신으로 일본 제조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앞서 지난 2000년 소수 인력이 여러 공정을 책임지고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셀 방식'을 일찌감치 도입했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일부 자동화 기계를 도입한 '머신셀' 방식으로 생산라인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완전 자동화에 성공하면 현재 15명 정도가 필요한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이 설비조작 및 감시에 필요한 2~3명으로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