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부 '초기리스크' 부담, 알짜기술로 육성

■ 특허, 정부가 직접 산다<br>투자자금 예산으로 충당…향후 민간에 투자개방<br>특허신탁 자격완화 등 '중개시장 활성화'도 병행


우리나라는 특허등록 건수 세계 5위로 양적인 면에서는 특허대국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다. 수준이 높은 전략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고 또 보유 특허의 40% 정도가 서랍 속에서 사장되고 있을 정도로 실용화도 처진다. 정부 차원의 기술거래소 기능이 기술중개 수준에 머물고 있고 민간기업들도 리스크를 감안하면서까지 국내외에서 잠자는 특허를 사들이는 데 주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활용 특허는 미래의 전략기술이 될 수 있는 것들이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알짜’ 기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처지는 기술 질적 성장=조선산업은 LCD디스플레이와 함께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세계 1위의 산업이다. 하지만 LNG선을 1척 제조할 때마다 100억원의 로열티를 프랑스 GTT사에 지불하고 있다. LNG선 건조의 핵심기술인 화물창 단열공법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졌지만 외형 성장에 필적할 질적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연평균 10.6%의 정부 R&D 예산이 늘면서 양적 규모는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지난해에만 9조7,629억원의 예산이 R&D에 투자됐다. 그러나 기술무역수지는 지난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이 329억달러, 영국이 148억달러, 일본이 12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우리나라는 29억달러 적자다. 원천기술이 없어 필연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미활용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기술거래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활용 특허의 이전, 사업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실적은 미흡하다. 대학ㆍ연구소의 기술이전율(2006년)은 유럽이 46.8%, 미국이 35.9%임에 반해 우리나라는 21.4%에 불과하다. 잠자는 특허도 40%선에 불과하다. 또 정부가 2006년부터 미활용 특허의 이전, 사업화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특허신탁제도 관련 법안도 올 2월에야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여러모로 질적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 국내외 미활용 특허 구매 나서=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예정이다. 먼저 국내외 미활용 특허를 정부가 직접 ‘구매→실용화→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0건 중 한건만 사업화에 성공해도 남는 장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금은 일단 정부 예산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민간에도 투자를 개방하기로 했다. 규모는 웬만한 특허구매 기업에 뒤지지 않을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초기 10억달러 정도가 투자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등에 1차 보고를 끝낸 뒤 기술거래소 등이 세부 방안을 만들고 있다. 기술거래소가 직접 나설지, 아니면 별도의 회사를 둘지 등도 논의 중이다. 정부가 미활용 특허를 직접 육성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방법은 특허 중개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2월 개정된 특허신탁제도가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특허신탁제도는 2006년부터 추진됐지만 최근에야 관련법이 개정됐다. 특허신탁제도는 금전ㆍ부동산 등의 자산관리ㆍ운용에 활용되던 신탁방식을 기술ㆍ특허 분야에 활용하는 것으로 특허권 관리능력이 부족한 원소유자를 대신해 전문신탁기관이 이를 맡아 관리하고 이전대상 기업을 물색해 이전계약 체결, 기술료 징수 등을 하는 것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특허신탁 자격을 자본금 100억원 이상에서 더 낮추는 등 여러 지원방안을 만든 만큼 특허중개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술평가시스템 구축이 우선=정부 차원의 특허 육성이나 특허중개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미활용 특허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술평가능력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술흐름의 미래예측과 특허기술 역량의 평가능력”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를 인식,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우선 올해 7월까지 표준화된 ‘기술가치평가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평가기관별로 상이한 기술수명ㆍ할인율 등 핵심변수 추정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을 마련하고 업종별ㆍ용도별로 표준화된 매뉴얼을 제작하기로 했다. 8월까지는 산업은행ㆍ기술보증기금ㆍKISTI 등 26개 기관이 보유한 기술평가ㆍ기술동향ㆍ시장정보를 통합 구축하고 유통시키는 ‘기술평가정보 유통시스템’도 개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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