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최경환노믹스 정치가 문제다


경제주체들의 낙관은 경제를 움직이는 동인(動因)이다. 개인들이 주식이나 주택을 살 때도 그렇고 기업들이 공장을 짓고 고용을 늘릴 때도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6년 발표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은 수학적 기대치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경제주체들이 어떤 계기로 자신감을 잃고 소비나 투자를 회피하게 될 경우 불황이 찾아온다. 그는 이러한 심리를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라고 표현했다. 자본주의체제에서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호황과 불황은 이 같은 비이성적 심리의 결과이며 여기에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케인스와 후예들의 주장이다.

한국 경제를 논하는 담론에서는 우리 특유의 역동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곧 긍정적인 면에서의 야성적 충동을 상실했다는 말과 같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현금을 움켜쥔 기업들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돈이 돌지 않으니 내수는 정체되고 양질의 일자리 또한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수 살릴 정책 여야 대립에 계류

한국 경제의 새 조타수가 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문제를 일성으로 끄집어냈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하며 내수를 살리는 과감한 정책 대응을 하겠노라고 했다. 곧이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상향 등의 부동산시장 대책을 비롯, 기업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하반기 재정확대 등 일련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또 취임 직후부터 새벽 인력시장, 남동공단 등 현장탐방도 이어가고 있다. 새 경제부총리의 신속한 진단과 과감한 처방 제시에 세월호 사태 이후 답답하기만 하던 분위기도 조금은 바뀌고 있는 듯하다.


중병을 앓고 있는 우리 경제와 관련, 최근 일부에서는 일본의 아베노믹스처럼 과감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최 경제부총리도 우리의 현재 상황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유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현재까지 진행된 아베노믹스는 한마디로 정부의 재정확충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를 통한 돈 풀기다.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엔저를 통해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면 기업들은 여기서 얻는 수익으로 임금을 올려 가계 소비를 촉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이 늘어나고 소비가 살아나는 등 성과를 거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식 돈 풀기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불황을 겪었지만 엔화는 여전히 안전통화로 각광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축통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었음에도 투자자들은 일본 국채를 사들인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일본의 강점이다. 한국이 일본식의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쓴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과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 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최경환호는 이러한 위험을 피하면서 단기간에 풀이 죽어 있는 경기를 살려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 떨어지는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 대신 멕시코가 한국의 참고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12월 집권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정부는 1년 반 만에 조세·교육·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뚜렷한 개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니에토 대통령의 힘은 저돌적인 돌파력과 소통능력이다. 그는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국가 개조에 대한 여야의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냈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야당과 대화하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멕시코의 올해 성장률은 2.6%로 중남미 평균보다 1% 포인트 높고 내년에는 4.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초당적 합의 이끌 소통능력 필요

대결적인 정치구도는 최경환호 앞에 놓인 큰 산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은 정부·여당이 핵심법안으로 발표한 것만 70여개에 달한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에 수많은 경제 관련 법률들이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꽉 막힌 정치상황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새 경제팀이 어떤 좋은 대책을 내놓더라도 말의 성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최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새 경제팀에는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leejk@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