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의 자금독식 현상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4일 상장회사협의회가 지난 90년이후 9년동안(90~98년) 상장회사들의 유상증자 현상을 분석한 결과 전체 유상증자규모에서 5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까지는 5대그룹이외 상장업체들의 유상증자금액이 5대그룹을 압도했지만 지난98년에는 오히려 5대그룹이 많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상장업체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111건에 9조1,843억원이었는데 이중에서 5대그룹은 38건의 유상증자로 5조9,236억원을 거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5%에 달했다.
이에 비해 5대그룹을 제외한 상장업체들은 건수에서는 73건으로 많았지만 금액에서는 3조2,607억원으로 35.5%에 그쳤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과 2월(23일 현재) 약 두달동안 납입된 유상증자 1조7,101억원중 5대그룹이 1조4,833억원으로 86.7%를 차지,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반면 5대그룹이외는 15%에도 못미쳤다.
상장협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5대그룹 회사채 및 CP보유한도 제한으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유상증자쪽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주식시장이 회복기미를 보인 지난해 연말과 올초에 유상증자가 집중됐으며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정부방침이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대그룹별 유상증자 규모는 삼성그룹이 15건에 2조4,98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그룹이 1조8,275억원(17건)으로 뒤를 이었다. LG그룹은 1조5,176억원(5건), 대우그룹은 800억원(1건)이었으며 SK그룹은 한 건도 없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8,946억원으로 1위였고 현대전자가 6,351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LG반도체(5,525억원), LG종합금융(5,400억원), 삼성중공업(4,910억원)이 3~5위였다. 【임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