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11회 세계 물의 날] 2050년엔 전세계 20억명이 `물 기근`

22일은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유엔이 정한 제11회 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은 물의 날을 맞아 매년 일정한 주제를 정해 다양한 수자원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유엔환경계획(UNEP)은 올해에는 `미래를 위한 물`(Water for the Future)을 주제로 정했다. 유엔이 지난 92년부터 `세계 물의 날`로 선포,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 왔지만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수자원 오염과 고갈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유엔 세계 수자원개발 보고서는 2050년에는 48개국에 20억명 이상이 물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에 의해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갈수기때는 동해안과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있는 물도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못해 지자체간 물분쟁도 빈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한된 양의 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수질악화 등 물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관리 행정의 일원화와 함께 유역별 관리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곳곳 물부족 시달려=유엔 PAI는 1990년 우리나라를 체코, 레바논 등과 함께 물부족국가로 분류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1,283㎜로 세계 평균치(973㎜)보다 1.3배나 많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연간 강수량(2,705톤)은 세계 평균(2만2,096톤)의 12%에 불과하다. 건설교통부는 인구증가율과 상수도 보급률 등을 감안할 때 2011년 연간 용수수요는 392억톤인 반면 공급량은 352억톤에 불과해 한해 40억톤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노후관 개량과 절수기 사용, 농업용수 절감 등 수요관리를 통해 22억톤, 댐 연계 운영 등을 통해 6억톤을 추가로 확보한다 해도 한해 12억톤의 물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원 등 경기북서권과 서산을 비롯한 서해안, 경남북 동해안, 경남 남해안, 전남 남동부, 전북 남동부, 대전권 지역의 물부족이 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동해안 일부지역과 남해안 도서지역 등 28개 시ㆍ군 지역은 해마다 갈수기가 되면 제한급수를 하는 등 상습적인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물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우리나라의 물사용량은 여전히 많다.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수돗물 급수량은 97년 409ℓ, 98년 395ℓ, 99년 388ℓ, 2000년 380ℓ, 2001년 374ℓ 등으로 해마다 줄어들고는 있지만 일본(357ℓ)과 영국(323ℓ), 프랑스(281ℓ) 등 선진국보다는 많다. 가계소득 1,000달러를 기준으로 한 생활용수 사용량은 42ℓ로 일본(9.7ℓ)과 이탈리아(19.1ℓ), 캐나다(25.8ℓ), 호주(22.4ℓ), 영국(14.3ℓ), 프랑스(10.7ℓ)의 2~6배에 달해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반면 수도요금은 톤당 우리나라가 349.4원으로 이탈리아(670원), 미국(769원), 호주(1,003원), 일본(1,590원), 영국(1,897원), 프랑스(2,101원), 독일(2,241원)의 2~6분의 1에 불과해 물 사용량과 물값이 대체로 반비례함을 뒷받침했다. ◇지자체간 물분쟁 빈발=물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지자체간 물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담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사업비 1조6,000억원을 들여 총 저수량 8억1,500만톤 규모의 용담댐을 2001년 완공하자 방류량 배분을 둘러싸고 전북과 충청권 지자체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댐 물담기가 한동안 이뤄지지 못했었다. 수자원공사가 용담댐 방류수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전북지역에 공급하려 하자 충청권 지자체들이 전북 지역으로 물이 많이 가면 충청권 공동 식수원인 대청호의 강물 유입량이 줄어들어 수질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사태는 결국 정부까지 나선 뒤에야 겨우 수습됐다. 또 낙동강 오염으로 상수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부산ㆍ경남권이 합천의 황강에서 취수를 하려하자 합천군이 `하천 유량 감소로 인해 하천 환경이 파괴된다`며 반발하는 바람에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앞으로 산업화의 진행과 함께 물부족?심해지면 이 같은 일은 더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유역별 통합물관리 서둘러야=전문가들은 물부족과 수질악화 등 갈수록 심각해지는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관리 행정의 일원화와 함께 유역단위의 관리체계가 하루빨리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관리는 5개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고 소관 법률도 13개나 된다. 이 가운데 환경부는 수질부분을, 건교부는 수량관리 업무를, 농림부는 농업용수를, 행정자치부는 소하천 관리를, 산업자원부는 수력발전 개발관리를 맡는 등 업무가 분산돼 있다. 이에 따라 물부족 문제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대처를 놓고 부처별로 갈등을 빚고 있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유역별 관리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지자체간 물분배나 수질관리 등에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점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정식 전 국토연구원장은 "하나의 강을 두고 여러 부처가 나눠 관리하고 있어서 물 이용은 물론, 수질관리도 잘 안되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처럼 유역별 통합 물관리체계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철수 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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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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