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늦춰선 안돼

김용건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준비가 배출권 할당계획과 함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5년 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20년 기준 전망 대비 30% 감축)를 설정한 후 이의 효율적인 달성을 위해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한 법률과 시행령을 제정·공포했다. 오랜 기간의 논쟁과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내년부터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그간의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일부 산업계의 반발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내외의 신뢰는 물론 법과 상식을 저버릴 수도 있는 심각한 위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순수입 1위 등 탄소중독 심각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7위 수준이며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5위임을 고려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탄소 중독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해 화석연료 수입액은 1,713억달러(전년 대비 42% 증가)에 달해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인구 100만 이하의 소도시 국가를 제외할 경우 1인당 에너지 순수입이 2011년 기준 4.57TOE/인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 사용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기준으로 전기 소비에 지불한 보조금만 5조9,114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자원이 사실상 전무한 반면 우수한 인적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화석연료와 에너지의 사용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고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세금과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이 기업으로 하여금 저렴한 에너지는 많이 사용하고 비싸고 불편한 고용은 줄이게 함으로써 점점 고용 없는 탄소집약적 경제성장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최대 장점인 우수한 인적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근로소득세와 고용 부담금을 줄이고 화석연료와 온실가스에 대한 부담과 세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다수의 연구결과가 이러한 보조금 개혁과 탄소 가격정책이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고용도 촉진하는 일거삼득(triple dividend)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준다.('화석연료의 사회적 비용 추정 및 가격합리화 방안 Ⅱ'-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13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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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고 고용을 촉진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저탄소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불가피한 정책적 선택이다. 그동안 탄소세와 여러 가지 규제 방식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산업계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탄소 정책수단으로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왔다.

정책 시행으로 성장·고용 촉진 가능

이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거래제 시행 2년 연기, 100% 무상할당, 조기감축실적의 인정 등 이중삼중의 보호장치가 이미 제도화돼 있다. 배출권 거래제의 차질 없는 이행은 기후변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 노력에 동참함은 물론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꼭 지켜져야 할 우리 스스로의 약속이다.

바야흐로 국제사회는 글로벌 탄소 시장에서의 기폭제 역할을 기대하며 우리나라의 배출권 거래제를 주목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진행 경과를 예의 주시한다. 우리의 진정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범지구적인 노력을 유발하게 된다면 이는 전 세계적인 에너지 소비 감소와 국제가격 하락을 촉발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에 가장 큰 혜택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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