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 이틀째인 30일 북측은 “2ㆍ13합의 이행이 지연되는 이유는 미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전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2ㆍ13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자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2ㆍ13합의 이행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남측이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고경빈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이 전했다. 이는 2ㆍ13합의 이행이 지연되는 것은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계좌이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북측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북측은 그러나 기조발언에서는 쌀 차관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권 단장은 대신 “남북간 합의사항은 민족중시ㆍ민족우선의 입장에서 해결해나가자”며 “합동군사훈련과 국가보안법 등은 대화 상대방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언급, 남측의 쌀 차관 유보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남측도 기조발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경제공동체 조성이라는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남북 국책연구기관간 공동회의 개최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 장관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남북철도를 단계적으로 개통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남측은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남북국방장관 회담 개최 ▦개성공단 활성화 방안 ▦철도 연결 구간의 단계적 개통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의 실질적 해결 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국가보안법 등 상대방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권 단장은 “지난 20차례 걸친 장관급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에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외세개입과 아직도 녹지 않은 냉전의 얼음장은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기조발언에서 쌀 차관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는 중요한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며 “양측은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남북간 회담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쌀 지원 문제를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