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자의 이니셜이 'SK'여서 나와 같았다. 지인들이 회장을 'SK'라 부를 때 나를부르는 것으로 착각해 당황한 적이 있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과거 쌍용 근무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언뜻 보기에는 자연스러운 농담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대목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유력 정치인들에게는 영문 이니셜이 하나쯤 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YS'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JP'로 불리우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역 정치인 중에서도 유력인사의 경우 영문 이니셜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 'MB', 정몽준 한나라 당 대표 'MJ', 정동영 민주당 의원 'DY',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GT'로 불리고 있다. 물론 모든 유력 정치인들에 영문 이니셜이 붙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에게 영문 약칭은 해당 정치인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기업의 CI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 대표로서도 이날 자리에서 이제는 자신의 영문 이니셜인 'SK'로 불리고 싶은 바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10ㆍ28재보선을 승리로 이끈데다 비정규직법ㆍ미디어법 등 굵직굵직한 정치 현안과 관련해 강도 높은 대여투쟁을 진두지휘하면서 생긴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두 번의 당 의장, 산업자원부 장관, 4선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라는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으면서 자신을 그저 '운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표현하는 정 대표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SK'라 불리며 큰 꿈을 이룰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