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치 웨이퍼 생산·비용절감 위해/IBM도시바 삼성전자NEC 합작/국제협회 조직·부품표준화도 가속세계 주요 반도체회사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 않고 있다.
최근 반도체메이커회사들은 오는 21세기를 겨냥해 12인치(3백gm) 웨이퍼생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웨이퍼는 칩 설계에 사용되는 원판으로 현재 8인치가 주력상품. 21세기부터는 2백56메가D램이 주요 시장 품목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면서 기존 8인치 웨이퍼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2인치 웨이퍼는 8인치 위이퍼보다 2.25배 넓어 웨이퍼당 칩 생산량이 배로 늘어나고 개당 생산비도 20%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변경에 1개 공장당 20억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것이 반도체회사들의 고민이었다. 회사들간의 상호협력관계와 표준화추진은 이같은 고민을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IBM은 오는 2001년까지 40억달러를 차세대 웨이퍼 생산에 투여할 계획이다. IBM은 거대한 투자설비와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시바와 제휴, 12인치 웨이퍼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또 웨이퍼의 실용화를 위해 각종 제조장치의 신기술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으로 제조라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2001년부터는 도시바와의 합작공장과 로직 집적회로를 생산하는 공장 등 2개의 핵심거점을 모두 12인치 체제로 변환한다.
NEC와 삼성전자도 12인치 웨이퍼 개발을 위한 기술교류강화를 추진중이다. 삼성전자의 구조설계기술과 NEC의 생산기술 등 전문분야의 관련기술을 공유하는 협력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업체들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있는데는 반도체 호경기때와는 달리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시장여건도 고려됐다. 일본의 반도체 5대회사인 NEC·도시바·히타치제작소·후지쓰·미쓰비시전자는 최근 2∼3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칩가격의 하락과 세계 경기부진에 따른 수익조건 악화로 12인치웨이퍼 생산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체들은 혹독한 경영여건에 따라 투자에 신중하면서, 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 잘나가던 시기에 회사마다 각자의 웨이퍼 모양, 생산시설을 갖춰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업계내에 표준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비용절감이 최우선과제로 부상한 것.
반도체의 종주국이었던 미국은 지난 86년 일본에게 1위자리를 추월당하자 인텔, IBM 등 반도체 8개회사들과 정부, 관련 연구기관들이 반도체제조기술협동조합(세마텍)을 결성했다. 세마텍은 「최첨단기술=국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국제경쟁력 강화성에 박차를 가했다. 93년에는 일본과 거의 같은 생산규모에 도달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12인치 웨이퍼 개발을 계기로 양국간 표준화 추진 움직임이 활발해지 있다.
지난 2일 반도체 제조장치와 재료메이커의 업계단체인 국제반도체 제조장치재료협회(SEMI)는 12인치 웨이퍼시대를 대비하는 반도체 제조장치와 재료의 표준사양에 대해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같은 주에 SEMI가 주관한 「세미컨 저팬97」에선 12인치 웨이퍼 관련 상품이 많이 출품됐다. SEMI는 1970년 설립 당시부터 표준 지침을 가지고 있었으나, 주요 반도체회사들이 외면해 별 소용을 거두지 못했다.
12인치 웨이퍼에서는 미 세마텍이 주축이 된 「I300I」와 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 일본전자기계공업회. 일본전자공업진흥협회, 신금속협회, 반도체산업연구소 등이 참가한 「J300I」(3백㎜ 웨이퍼 반도체제조기술연락회)가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SEMI는 향후 양 단체가 제시한 장치들을 평가하고, 세계 고객들의 요구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SEMI 글로벌 표준을 설정할 계획이다.<최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