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고령연금법 거부권 행사 당연하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변화무쌍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3년 동안이나 끌어오던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한 여야 일부 의원들의 일탈로 본회의 부결이라는 뜻하지 않은 사태를 맞더니 이제는 각 당이 다시 개정안을 내놓고 대립할 태세다. 정부는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고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스스로 개정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청와대에서는 국민연금법 개정에 도움이 된다면 유 장관을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열린우리당은 기초노령연금법 거부권 행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습적으로 완전소득비례를 중심으로 하는 새 방안을 제안한 한나라당은 이제 자당 안의 홍보에 여념이 없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각 정당이나 정파에 따라 속셈이 달라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연금 개혁이야말로 대선정국 등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기금 고갈을 걱정하게 된 것도 도입 당시 ‘덜 내고 더 받도록’ 정치적 선심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정치적 선심을 개선하자는 게 국민연금 개혁인데 이제 와서 다시 시혜성 개정안을 남발하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부수법안에 지나지 않는 기초노령연금법에는 당연히 거부권이 행사되어야 한다. 법이 발효될 경우 당장 내년부터 2조4,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한데 이를 마련하지도 않고 일괄 상정된 법안 가운데 선심성 법안만 통과시킨 여야 의원들의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로 미래세대의 국민연금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이제 더 이상 민생법안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4월 국회 안에 여야 합의의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표에 연연해 복지제도의 근간인 국민연금를 파국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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