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19 녹취록 덕에 ‘살인의 추억’ 들통

119 녹취록과 검찰의 집요한 수사로 폭행치사 사건의 범인이 범행 1년4개월여 만에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3월14일 새벽 1시20분께 서울 금천구 시흥동 다가구 주택 3층에서 집주인 황모(53)씨의 부인과 2층에 세들어 살던 세입자 김모(44)씨가 전세금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중, 김씨가 3층 계단에서 2층 계단으로 추락,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집주인 황씨의 가족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실족사했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황씨의 아내 주모(52)씨로부터 “김씨를 살짝 밀었다”는 진술에 받아내고 지난해 9월 주씨를 폭행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목격자도, 자백도 없는 사건 범인의 기소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검찰은 올초 지청장과 부장검사 등이 모여 119 신고 녹취록을 다시 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이 떨어져 다쳤다”고 신고했던 주씨가 전화가 끊긴줄 착각하고 “당신 미쳤어, 왜 그래”라고 말한 내용에 주목했다. 주씨가 `당신`이라고 부를 사람은 남편 황씨 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 검찰은 황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황씨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다. 검찰은 황씨가 영장이 청구되기 전 “변호사를 만난 뒤에 사실대로 털어놓겠다”고 말했다가 변호사 면담 후 갑자기 묵비권을 행사한 점 등 추가적인 정황증거를 보강해 황씨를 불구속 기소했고,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119 녹취록 등을 정황증거로 인정, 황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징역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수사결과 황씨는 2년전에도 술에 취해 세입자와 크게 다투는 등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성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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