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영난 타개 위해 손잡은 기아차 勞使

기아자동차 노사가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임원들은 연봉 20%를 반납하고 노조는 생산라인의 인력 재배치에 합의했다. 이대로 가면 적자구조가 고착돼 회사 존립마저 어렵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기아차는 지난 2006년 1,253억원, 지난해 554억원 등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도 경영환경이 나빠지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생산라인의 인력 전환배치가 가능해진 것. 기아차의 현재 단체협약에는 노조의 동의 없이 인력 재배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회사의 인력운용 및 생산전략에 부담으로 작용,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차나 인기차종 등의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을 경우 다른 라인의 유휴인력을 이쪽으로 돌리면 되는데 그동안에는 노조의 반대로 불가능해 새로 사람을 뽑아야 했다.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데다 신규인력의 경우 아무래도 숙련도가 떨어져 생산성도 낮게 마련이다. 기아차의 생산성은 선진국 경쟁업체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1대당 조립시간은 37.5시간으로 일본 도요타(22.0), 미국 GM(22.1)이나 포드(23.2) 등에 한참 뒤진다. 기아차의 직원 1인당 생산대수는 2001년 49.2대에서 지난해 44.6대로 뒷걸음질쳤다. 인건비 증가와 생산성 저하는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제품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그러면 판매가 줄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아차 노사의 위기감 인식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잘 나갈 때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지속성장을 위한 체질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했는데 노조는 툭하면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회사도 원가절감 등 경영혁신에 소홀했다. 노사가 늦게나마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고강도의 자구노력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특히 생산직 재배치 합의는 노조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기아차 노조는 얼마 전 신차발표회에 지도부가 대거 참석해 고객들에게 품질 좋은 차 생산을 다짐하는 등 종전의 강경활동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노사관계를 정립하면 경영난을 능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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