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두 은행은 지난 1월말 은행법상 법정 최저자본금인 1,000억원만 남기고 각각 8.2대1의 비율로 감자했다. 정부가 1조5,000억원씩(지분율 93.8%)을 출자한 상태이기 때문에 소액주주 비율은 6.2%(1,000억원)에 불과하다. 소액주주수는 지난 6월말 현재 법인·개인주주를 합쳐 서울은행 7,824명, 제일은행 3,251명이다.해외투자 은행들의 소각후 상장폐지 요구는 이유가 두 가지다. 표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두 은행의 기존 부실여신이나 잠재부실이 예상보다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규모 추가증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경영권 간섭을 배제하겠다는 것이 그 속내일 것이다. 해외투자 은행들은 지난 5월 제일은행 소액주주 대표들이 은행경영진의 부실을 추궁하고 법적책임까지 물은 사실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매각을 위해서는 인수은행들의 요구수용이 불가피 할지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끌려 다닌다는의구심을 살만하다.
서울·제일 등 두 은행의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피해가 너무 우심했다. 8.2대1로 감자를 당해 재산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에 증시의 활황으로 조금이라도 손해를 만회할 기회를 가지나 했더니 소각에 따라 이마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정부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주주들이 갖고 있는 소유주식 전부에 대해 소각을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애초에 전액감자를 했다면 몰라도 이제와서 정당한 주식시장 참여자들에게 피해를 주겠다는 발상은 아무리 매각협상에 쫓기는 처지일지라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발하고 있다. 두 은행이 자본잠식 상태라 하더라도 현재 6,000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주식을 보상없이 무상소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당연히 시가보상을 해줘야 한다. 소액주주들을 두번 울릴 수는 없다. 상장폐지 역시 문제가 있다. 매각에 앞서 신중한 고려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