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로 기아자동차의 경영권이 현대로 넘어간지 꼭 1년째 된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사상 최대규모인 1,400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1년전만 해도 회장의 구속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기아입장에선 실로 상전벽해라 할만한 대(大)변화다.이러한 성과에 대해 현대측은 『인수이후 정몽구(鄭夢九)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조기에 마련했고, 현대와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 및 제2창업 선언등으로 회사이미지를 새롭게 함으로써 신뢰회복에 성공했기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납품업체의 시선은 냉정하다 못해 싸늘하다. 한마디로 『협력업체의 희생을 토대로 억지로 만들어낸 성과』라는 설명이다.
◇협력업체=『올해 난 이익은 납품단가 인하 때문』
『기아가 현대로 인수된지 몇달 지나지않아 진행된 작업이 납품단가를 일률적으로 깎는 작업이었습니다. 그결과 기아자동차에 납품할때보다 단가가 평균 10%정도 낮아졌습니다. 현대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었습니다』 10여년간 기아차에 납품해온 한 부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자동차 전체 가격구성에서 납품받는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60%정도로 잡는다면 올해 매출액이 8조6,000억원이라고 볼때 올 예상이익 1,4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4,000억원은 부품업체로부터 뺏어온 이익이라는 결론이다.
기아 부품업체들은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것과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것은 규모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맞선다. 낮춘 가격으로는 현대자동차에 대량납품하면 어느정도 채산성을 가질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기아에 납품할 경우 되레 손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업체들이라 하더라도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한게 아니라 협력업체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완성차업체에서 간신히 적자를 면할정도로 사실상 강제한 것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추라는 것은 횡포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원자재로 사용하는 철재는 종전 포철제품을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현대강관 제품을 사용토록 강요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체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강관제품이 60~70%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아자동차=『단가인하는 모두가 사는길』
기아측은 『납품단가 인하는 그동안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나온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며 모기업과 협력사가 모두 살기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모기업이 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단가결정도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기아관계자는 『모든 협력사와 다 합의했느냐』는 질문에는 『합의서를 받은곳도 있고 못받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단가인하 폭도 부품사 주장처럼 10%가 아니라 5%정도라고 반박했다. 또 기아자동차의 사상최대 흑자도 협력업체로부터 일방적으로 뺏어온게 아니라 자동차 판매요금 인상, 내부경비절감 등을 통해 얻어낸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맹호기자MHJE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