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1의 관광지가 어디일까. 파리가 후보 중 하나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파리 최고의 관광지인 에펠탑의 나이는 백년 남짓에 불과하다. 지난 1889년 세계박람회가 파리에서 열렸을 때 에펠이라는 한 기술자가 출품해 박람회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설치하기로 한 전시물에 불과하다.
에펠탑을 가지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것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관광은 꼭 먼 역사의 유적일 필요는 없다.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나 워싱턴시내의 각종 기념물, 각 도시에서 찾아가는 각종 타워나 박물관 등은 모두 멀지 않은 과거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들이다. 우리라고 만들어내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
내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역사적인 기념물 하나를 남기지 못한 것이다. 수상조형물인가를 만든다고 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만약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멋진 조형물 하나를 만들어놓았다면 지금쯤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서울로 끌어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관광객을 끌어 오는 데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랑스에 가면 기메박물관이라는 동양사박물관이 있다. 그곳에 가보면 한국관이 조그맣게 있는데 정말 전시물이 빈약하다. 몇 년이 지났으니 지금쯤 얼마나 더 보완됐는지 모르지만 태극부채와 옛날 옷장 등 소품 몇 가지에 불과해서 유적이 넘쳐흐르는 중국관과 일본관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전시된 유물들만 보면 우리의 문화수준이 일본의 10의1 정도밖에 안 돼 보일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 문화가 자랑스럽다고 외쳐봐야 뭐하나. 아무도 그것을 인정할 근거가 없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의 보물 몇 개라도 이곳에 좀 빌려줄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프랑스는 관광으로만 1년에 몇백억달러의 흑자를 낸다. 금융위기 같은 외부의 충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경제력의 근원이고 항상 큰소리치며 자기방식을 고집할 수 있는 문화적 자존심의 뿌리인 것이다. 얼마 전 전주의 복원된 한옥마을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안내하던 분이 무심코 던진 "지금부터 한 50년 지나면 이곳도 명물이 될 겁니다"는 말이 머리에 인상 깊게 남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후손들의 먹거리를 창조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