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

"맨땅에도 꽃은 펴… 환경 탓 말고 당당히 세상과 호흡하라"

13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광주 전남대에서 열린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에 참석한 최병오 패션그룹 형지 회장이 ''행복드림''을 주제로 열강하고 있다. /광주=이호재기자

열정적으로 살아야 기회 왔을때 잡을 수 있어

늘 배움에 목말라하며 더 많이 배우려고 노력


사회 환원하고 세상 빛이 되는 것도 명품인생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혹 때론 누군가가 / 뜻 모를 비웃음 내 등 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입니다. 제 삶을 그대로 닮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진 것 없이 맨땅에서 시작했습니다. 환경이 좋지 못했지만 그때 그 비루한 위치 때문에 제 꿈의 크기까지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꿈을 크게 가지세요."

최병오(61) 패션그룹 형지 회장은 13일 광주광역시 전남대학교 용봉홀에서 열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특강'에서 노랫말 '거위의 꿈'에 빗대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참된 조언을 건넸다. 그는 "지방대·명문대, 4년제·전문대 등 외형적 조건에 구속되지 말고 맷집을 키워 당당히 필드(현장)에 나와 호흡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특강은 '패션 CEO 최병오의 행복드림'이라는 주제로 전남대 재학생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최 회장은 고졸 학력으로 패션이라는 한우물을 깊게 파 입지전적 인물이 된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히는 만큼 그가 풀어내는 진솔하고 소탈한 삶의 조언은 학생들의 공감과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빈손에서 1조 기업, 성공 키워드는 '기본'=최 회장은 지난 1998년 등불 형(熒), 땅 지(址)를 합쳐 '불처럼 일어나라'는 뜻의 형지어패럴을 세웠다. 사명에 담긴 뜻과 최 회장이 거쳐온 삶의 궤적은 묘한 일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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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부산 하단에서 태어난 최 회장은 석회가루 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덕에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당시만 해도 최 회장은 장래 마도로스가 되겠다던 꿈 많은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가 중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며 가세가 기울었다.

하루빨리 돈을 벌어 가족들을 건사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술을 배우기 위해 부산고등기술학교로 진학했다.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서 외삼촌이 운영하던 페인트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이후 외삼촌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홀로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19세였다. 사업수완이 능하지 못한 청년 최병오는 그때 첫 실패를 맛봤다. 살아야 하기에 맨몸으로 무작정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고 1982년 동대문시장 1평 매장에서 '크라운 바지'라는 상호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10년, 어음부도로 두 번째 실패의 쓴잔을 마셨지만 최병오표 '오뚝이정신'은 변함없었다. 주위의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걸음을 내디뎠다. 옷을 어깨에 메고 고객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고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1996년 '크로커다일레이디'를 시장에 내놓으며 재기의 발판을 다시 마련했다. 출시 5년여 만에 단일 브랜드로는 최다 매장과 매출을 기록하며 여성패션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최 회장이 이끄는 패션그룹 형지의 외형은 나날이 성장했다. 최 회장은 "기회는 날아가는 새와 같아서 왔을 때 잡아야 한다"며 "적기를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를 더 열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세상에는 '알지 못하는 사람, 알고도 흘리는 사람, 알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 등 세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며 "늘 배움에 목말라하며 한 자라도 더 많이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어 그것을 바로 실행에 옮기라"고 강조했다.

◇세상의 빛이 되는 삶, 최병오의 '명품인생론'='아직도 배가 고프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을 목전에 두고 한 이 말은 최 회장이 그리는 미래 30년의 삶에도 해당된다.

최 회장은 "혼신을 다해 꿈을 이뤘고 이제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물질·돈에 구속되기보다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내 작은 능력이 사회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형지그룹은 2월 부산 괴정동에 부산지사와 자사 패션매장 등이 입주한 14층짜리 '부산 패션그룹형지타운'을 완공했다. 6월에는 부산 하단동에서 쇼핑몰 '바우하우스 부산점' 기공식도 열었다. 지상 18층, 지하 8층에 연면적 5만9,400㎡(약 1만8,000평)에 달하는 이 건물은 오는 2016년께 완공 예정이다. 지하 1층을 부산지하철 하단역과 연결하고 패션·외식매장, 영화관, 스포츠시설 등을 두루 갖춘 사하구 내 최대 복합쇼핑몰로 육성할 계획이다.

고향 부산에 대한 최 회장의 남다른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 부산을 유통사업의 최대 거점이자 회사의 새 성장기지로 삼아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좋은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 '명품인생'은 특별한 게 아니다"라며 "나를 품어주고 꿈을 키우게 해준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의 빛이 되는 삶을 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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