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며칠전 국내굴지의 대형 건설회사들이 가담한 사상 최대규모의 공공건설 공사 입찰담합 비리를 적발, 26개사에 총 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는 담합으로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는 물론, 낙찰업체를 도와주기 위해 「들러리」를 서준 업체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공공사의 담합을 뿌리뽑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과징금으로 수십년 묵은 고질이 근절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입찰담합은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조달청이 발주한 공공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81.78%로, 공정위가 담합입찰에 착수하면서 담합입찰이 주춤했던 지난해 4·4분기의 낙찰률 71.66%와 비교해 볼 땐 10%정도의 차이가 난다. 건설업체들이 지난 한해동안 공공부문에서 수주한 공사액이 총 30조6,816억원임을 감안한다면 3조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계산이다. 그만큼 국민세금이 새 나갔다는 뜻이다.
정부는 올해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사회간접자본(SOC)부문에 대대적으로 재정을 투입할 방침이다. 상반기중에 풀리는 예산만도 28조원에 달한다. 담합입찰에 따른 또 다른 예산낭비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낙찰제도를 개선하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현행 입찰제도의 핵심은 예정가격이다. 예가는 해당공사에 들어가는 공사비의 상한선으로 실제 설계가의 80~90% 수준이다. 가령 예가의 95%에 낙찰해도 설계가의 85%에 불과, 적정 공사비의 확보가 문제가 된다. 부실공사의 요인을 입찰단계에서 부터 제공해 주고 있는 셈이다. 가격위주의 낙찰제도를 기술과 품질위주로 전환해야 할 때다.
기술과 품질위주의 낙찰제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건설시장이 활짝 열려 있어 대형업체들을 제외하고서는 외국업체와 경쟁에서 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건설업체들도 국내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력을 키우고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과거와 같은 관행으로는 지구촌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없다. 정부도 건설업계의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적발업체에 대해서는 공공부문 입찰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