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베이징 APEC'은 G2 패권다툼의 장

미국에 밀리지 않고 목소리 더 크게… '개최국 외교' 벼르는 中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 전략적인 대응이 중요"

美 "中 주도 경제블록 제동" 압박


'중궈셩인 겅지아샹량(中國音聲 更加響亮 ·중국의 목소리를 더 크게).'

지난 27일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는 다음달 10~11일 열리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이같이 정리했다. 이번 APEC 회의는 세계 최대 경제권인 아시아태평양의 패권을 두고 주요2개국(G2)의 패권 다툼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고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통합의 첫발을 분명히 내딛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 APEC에서 중국 외교의 특징인 '개최국 외교(主場外交)' 전략을 십분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2001년 상하이 APEC이 9ㆍ11테러로 반테러에 묻히며 미국 주도하의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이라는 애매모호한 성과를 올리는 데 그쳤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특히 마오쩌둥 이후 가장 강한 카리스마로 중국을 이끌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식 아시아 경제통합 모델로 주변국들의 동의를 얻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아시아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국은 베이징 APEC 코뮈니케(정상선언문)에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타당성 조사'에 대한 합의를 담을 방침이다. 타당성 조사는 모든 FTA의 첫 단추다. 이미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 한국·호주 등에 의사를 타진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이 FTAAP에 이처럼 정성을 쏟는 것은 FTAAP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FTAAP는 이미 7~8년간 APEC 차원에서 논의가 지속됐고 TPP보다 더 넓은 범위의 국가들을 더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 포괄하는 포용성을 가진다. 아직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활발하지 않은 중국 입장에서는 TPP에 대항하며 중국 주도의 아시아 경제통합을 가속화할 수 있다. 경화시보는 "APEC의 결속력이 TPP로 도전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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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야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프라 건설 등을 통한 지역연계성 강화를 베이징 APEC 의제로 내세우며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24일 AIIB의 공식설립을 발표한 데 이어 세계은행(WB)의 지지까지 얻으며 가속을 내고 있다.

미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미 틀을 갖춘 TPP 타결을 가속화해 중국의 경제블록을 제압하고 APEC 회의에 이어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을 AIIB에 가입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도 중국 견제 차원이다.

미국은 25~27일 호주 시드니 TPP 각료협상을 연 데 이어 오는 11월 말 다시 TPP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해 쟁점인 일본과의 협상타결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이슬람국가(IS) 등 국제 이슈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하는 한편 무역 불균형, 영토분쟁 등의 현안을 끄집어내 중국을 견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왕위성 중국국제문제연구기금회 전략연구센터 집행주임은 "APEC에서 중국이 목소리를 높인다면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며 "국제적 이슈 외에 양자 간 경제ㆍ외교 현안이 팽팽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G2의 패권 전쟁은 한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운신의 폭을 좁히지 말고 논의의 이니셔티브를 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중 FTA 문제에 정통한 중국 측 인사는 서울경제신문에 "중국은 이번 APEC에서 한중 FTA 타결이라는 이벤트를 하고 싶어 한다"며 "지난주 베이징 분과회담에서 농산품 등 민감품목에 대한 협상이 진전?磯?고 말했다. G2의 패권 다툼 속에서 한국이 충분히 국익을 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은 "TPP·AIIB 등은 모두 한국에 새로운 기회"라며 "다만 (강대국들의)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받기보다 주도적인 입장에서 전략적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정치·경제) 파트너로서 위상을 높여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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