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13일 제26차 전체회의에서 도출한 결론 중 눈에 띄는 대목은 고법 상고부와 가칭 `중앙법조윤리협의회'를 신설키로 한 부분.
고법 상고부는 대법원 사건의 상당 부분을 흡수, 대법원이 명실상부한 정책법원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점에서, 중앙법조윤리협의회는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법조비리를 척결할 상시적.구조적 감시시스템을 갖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대법원, `정책법원'으로 대변신
사개위가 다수의견으로 채택한 대법원 기능및 구성 방안에 따르면 빠르면 2007년께 전국 5개 고등법원에 고법 부장판사 3인으로 구성된 고법 상고부가 설치된다.
고법 상고부는 대법원에 접수되는 연간 1만8천여건의 사건 대부분을 처리하면서현재 대법원이 담당한 3심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위해 대법원처럼 판사에 배속된재판연구관이 배치되고 도서관 등 심리에 필요한 물적 시설도 구비된다.
반면 대법원은 사회적으로나 법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1천∼2천건의 사건만을 심리, 사건수가 종전 10% 수준으로 줄어들어 법령해석 통일과 사법적 가치판단이라는 정책법원으로 바뀐다.
사개위는 일정 소송가액(민사)이나 선고형(형사) 미만인 사건은 모두 고법 상고부에서 재판토록 할 방침이지만 상고부가 판례변경의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상고심에서 판례위반 등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대법원에서의 심리를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설치 과정에 적잖은 난관도 예상된다.
가사.특허.선거 등 최소 15개 이상의 관련법률을 개정해야 하고 상고부 설치에 따른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아닌 상고부에서 최종심을 받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는 위헌론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업계가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면서 상고부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법조비리 척결될까
법조비리 척결을 위한 가칭 `중앙법조윤리협의회'는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지방법원 단위의 법조윤리협의회 규정을 없애고 신설한 기구다.
이 협의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법원.검찰.변협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청권을 부여, 변호사의 사건 수임이나 판.검사의 사건 처리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감시할 수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는 점 때문이다.
협의회는 법원.검찰.변협이 협의회 간사를 1인씩 지정, 감시작업을 맡도록 하고해당기관에 위반자에 대한 조치를 의뢰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법조윤리 확립을 위한 주요 정책 결정 권한도 가진다.
이는 그동안 검찰의 간헐적 법조비리 단속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고 재수가 없으면 소위 `시범케이스'로 단속에 걸린다는 항간의 불평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사개위 결론이 전문위원회에서 마련됐던 방안에 비해 당초 법조비리 척결의지가 퇴색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전문위는 상설기구를 둔 위원회를 만들자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전체회의에서는 별도의 소관기관이나 사무국 없이 기관별 간사 3인이 포함된 협의회 수준으로 위상이 다소 격하됐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