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아시아자동차의 3차입찰에서 현대가 낙찰자로 선정됐으나 일부 채권금융기관들은 현대가 요구한 7조3천억원의 부채탕감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별도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30여개사에 달하는 기아자동차의 채권금융기관중 종금, 보험 등 2금융권 채권단은 현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재무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손실분의 이연처리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대의 요구조건이 내부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규모로 보고 있으나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채권단의 손실보전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된다면 동의해줄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D종금사 사장은“기아에 대한 부채탕감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올 한해에 모두 반영하면 자본잠식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몇년동안 나눠서 결산에 반영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채권단회의가 열리면 이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의 요구가 채권단이 당초 생각했던 탕감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것이며 결국 채권단은 1조7천억원밖에 회수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조건이라면 차라리 청산을 통해 정리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며 기아뿐만 아니라 채권단도 같이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종금사 고위관계자는 그나마 현대가 상환할 1조7천억원도 3년거치 7년분할 상환하는 조건이어서 채권단의 입장이 매우 어렵다며 차라리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대폭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한 임원은“현대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데다 채권단의 반발로 기아처리가 또다시 표류할 경우 쏟아질 비난여론을 감당하기도 어려워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분위기는 은행권도 마찬가지이나 현대의 요구조건에 산업은행이 찬성할 경우 여타 은행들은 결국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빠르면 이번주내 채권단회의를 열어 현대측이 제시한 요구조건의 수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현대측과의 협상을 통해 부채상환조건의 일부 수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