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과 의자, 컴퓨터만이 전부인 사무실에 꽃과 나무가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근무환경이 좋아진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막내 사원이 해야 할 잡무만 늘어나는 것일까요?
천연가습기 역할을 하는 숯, 이끼 등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집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환기를 자주 시키지 않는 사무실에서도 책상 위나 코너마다 화분을 놓아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대부분은 식물이 공기정화를 돕기 때문에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 겁니다. 직원들의 건강증진과 업무능률 상승 간에 비례관계가 형성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회사 차원에서 금연을 돕거나 구내식당의 메뉴를 저염식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 역시 수반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직원이 아픈 직원보다 일을 잘한다는 건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건강한 환경을 위해 식물을 놓아야 한다면 책상 위 작은 화분 1~2개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공기를 정화해주는 건 맞지만 직원 건강이 유의미하게 좋아지려면 적어도 작은 화분 수십 개는 필요할 겁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놓고 깨끗한 책상을 일렬종대로 배열하는 사무실 환경이 생산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곤 했습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파티션도 필요 없다며 책상 위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만 놓기를 권고해 미니멀리즘 (minimalism)을 구현하려 하기도 합니다. 물론 보기에 깔끔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죠.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믿음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말론 니우벤후이스 박사는 런던 중심가에 위치한 컨설팅 업체 사무실을 둘로 구분해 한쪽은 절약형 사무공간, 다른 한쪽은 녹색사무실로 꾸몄습니다. 그리고 꾸미기 이전과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사무공간 만족도, 공기의 질에 대한 지각, 업무 집중도, 주관적 생산성 등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진의 예상대로 녹색사무실에서 일한 직원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습니다. 장소를 바꿔 네덜란드의 건강보험회사 서비스센터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직원들이 업무에 쏟는 시간이 증가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는 등 업무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스파르타식 공간이 능률적이다’는 통설을 깨고 식물을 두는 것만으로 생산성을 15%까지 향상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랄만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주의회복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에 따르면 녹색환경이 주의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인공적인 환경에서 일할 때보다 업무집중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냅니다. 야근, 휴일 근무를 밥 먹듯 하다 보면 집보다 더 오래 머무는 곳인 셈이죠. ‘능률 극대화’만을 위해 갑자기 화분 수십 개를 놓는다면 서글프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서 이번엔 효용을 먼저 생각할 게 아니라 무채색 일색인 사무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목적으로 직원들에게 화분을 하나씩 선물해보면 어떨까요. 의도가 무엇이든 회사 입장에서는 화분값을 비용처리 할 게 아니라 투자로 처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능률은 차치하고서라도 직원이 좀 더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투자 대비 수익률이 꽤 큰 것 아니겠습니까.
/iluvny2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