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험 받아야할 의약품·식품·의료기기 시험기관

부실 시험기관 무더기 적발… 시험기관-제조·수입업체간 불합리한 관계 개선 없이는 관리 힘들어

의약품이나 식품, 의료기기는 제조 및 수입허가를 받기 전에 반드시 시험기관의 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적격 판정을받아야한다. 이 과정에서 시험기관이 제대로 시험을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시험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대표적으로 의약품의 약효 동등성 시험자료(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를 조작해 사회적 충격을 안겨주었던 경우를 들 수 있다. 시험기관의 역할은 그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시험기관들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실태 시험기관의 부실 사례는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등 분야를 가리지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식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8월 수입식품 위생검사를 위탁받은 시험기관들을 무더기 적발했다. 당시 국내에서 수입식품 위생검사를 실시하는 모든 기관들이 관련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걸렸다. 이 중에서 한국식품공업협회 부설 식품연구소,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부산식품연구원, 랩프런티어 등 4곳은 아예 검사를 하지 않거나 식품당국에서 규정한 방법을 따르지 않은 채 검사 성적서를 허위로 발급하기도 했다. 또 한국식품연구원은 유효기간이 지난 미생물검사용 배지(미생물이 생장하는 데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물질)를 사용했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건강기능식품협회 부설 한국기능식품연구원은 일부 항목을 검사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의약품 시험기관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4월말 일부 시험기관들이 복제 의약품(카피약)의 약효가 오리지널약과 동일함을 입증하는 시험결과를 조작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식약청은 국내 35개 약효 시험기관중에서 11개 시험기관에 대해서만 실태조사를 벌였고, 현재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약효 조작 파문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당시 식약청은 사태수습을 위해 조작된 시험자료로 허가를 받은 카피약에 대해 허가취소는 물론 대체조제와 판매를 금지했다. 또 시중 유통중인 제품도 즉각 회수해 폐기토록 조치했다. 나아가 시험자료를 조작한 시험기관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의료기기 시험기관들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식약청이 의료기기 시험기관 9곳과 의료기기 평가항목을 결정하는 기술문서 심사기관 4곳에 대해 정기 점검활동을 벌인 결과, 대부분의 시험기관들이 관리기록 부실 등의 이유로 경고와 주의,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을 받았다. ◇ 원인 무엇보다 시험기관과 시험을 의뢰하는 제조 및 수입업체간의 역학관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민간위탁 시험기관은 돈을 받고 시험을 대행해주다보니 아무래도 의뢰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엄격하게 시험을 실시해 부적격 판정을 내릴 경우 의뢰자가 떨어져 나갈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효 시험자료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대학의 한 시험기관 관계자는 "의뢰업체에서 시험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면 좋게 나올 때까지 해 달라고 자꾸 요구해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에 감독당국의 관리부실과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식약청은 관련 규정을 위반한 수입식품 위생검사기관들에 대해 경미한 행정처분을 내렸다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당시 문병호 의원(열린우리당)은 허위성적서를 발행한 검사기관들은 식품위생법규정에 따라 검사기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식약청이 업무정지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 봐주기 의혹을 사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정형근 의원(한나라당)도 "식약청이 위탁한 검사대행기관 66곳 중에서 2004년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 23곳이나 된다"며 "검사기관으로 지정받은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검사능력을 재평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대책 식약청은 시험기관에 대한 관리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그동안 규제완화 차원에서 시험기관에 맡겼던 기능을 환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청은 의약품의 경우 약효 시험 자료 조작 파문을 교훈삼아 약효시험기관 지정제도를 도입하는 등 시험기관에 대한 직접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또 시험기관에 대한 현장 점검도 수시로 실시하는 등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구상이다. 의료기기 시험기관에 대해서도 현재 일정 요건만 갖추면 시험기관으로 등록할수 있도록 한 것을 앞으로는 지정제도를 도입해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험검사기관 평가제를 실시해 시험기관의 전문성과 시험결과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식약청 의료기기본부 관계자는 "현재 10개 의료기기 시험기관에서 연간 2천800여건의 시험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시험기관간의 과열수주경쟁과 전문성 부족 등으로 검사 부정확, 시험부실의 우려가 있어 이같은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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