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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북한 인권 개선 위해 조치 취해야"] 국제회의서 첫 언급… 대북정책 변화 예고

北 인권·비핵화 거듭 강조<br>강화된 北 인권결의안 11월 총회서 채택 가능성

예상됐던 아베와 만남은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의 '기후재정' 세션에서 공동의장을 맡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함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개최된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국제회의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군위안부'라는 단어는 직접 표현하지 않았지만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다자외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총회에서 '인권(人權)'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하고 북한 주민과 전시 여성 피해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현재 우리나라가 유엔의 3대 이사회인 안전보장이사회·인권이사회·경제사회이사회 등에서 모두 이사국으로 활동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높은 위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인권 분야에서도 이니셔티브를 쥐고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북한 인권개선ㆍ비핵화에 국제사회 나서 달라=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의 많은 시간을 북한 인권과 북한 비핵화에 할애했다. 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동안 북한 대표들은 회의장 맨 앞줄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북한 바로 앞에서' 북한이 가장 꺼려 하는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북한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경협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며 북한 문제에 접근했지만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인권까지 강하게 성토함에 따라 앞으로 대북정책에서 인권 이슈가 크게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내놓은 북한 인권 권고사항에 대해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예상보다 강한 내용과 톤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유엔이 한국에 설치할 북한 인권사무소가 이러한 노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해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도 협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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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외교가 주변에서는 국제사회가 오는 11월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이전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은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와 지지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언어,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남과 북이 유엔에서 2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이런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세계가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위안부 문제 침묵하는 일본 우회 비판=박 대통령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간접적으로 호소했다. 유엔총회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국제관례에 따라 강한 톤으로 일본 정부를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로 키(low key)' 전략을 구사하며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분쟁지역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여성과 아동들의 인도주의적 피해를 방지하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주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 희망을 담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을 때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를 언급한 바 있다. 유엔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번 기후정상회의 기간 중 짧게나마 조우해 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실제 만남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하면서 '동북아 원자력안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와 영토, 해양안보를 둘러싸고 역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동북아에는 다자협의를 통해 이런 문제를 풀어갈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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