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가 해설하는 생중계를 바로 곁에 앉아 구경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해설자가 예상하는 대로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진행되는 일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 때로는 대여섯 수, 때로는 20수 이상이 해설자의 예상대로 두어진다. 고수들의 감각은 정말 희한하게도 거의 비슷하다. 그 사실을 감탄하면 해설자들은 빙긋 웃기도 하고 때로는 손을 홰홰 저으며 말한다. "아이고. 내 예상대로 두는 것을 보니 이 사람이 오늘 바둑은 지겠구먼. 나 같은 단칼멤버와 감각이 같다니." 단칼멤버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물러나는 약한 선수를 가리키는 말. 물론 자기를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대개 겸손이다. 정말로 단칼멤버라면 해설을 맡기지도 않는다. 실전보의 흑1 이하 백10은 검토실의 윤현석9단이 예상한 그대로였다. 수순 가운데 흑3이 잠깐 화제가 되었다. 참고도1의 흑1로 두고 백2면 흑3으로 하변쪽을 키우는 사석작전도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흑의 모험일 겁니다."(목진석) 흑13은 이렇게 받는 것이 최선이다. 호구되는 곳이 급소라고 참고도2의 흑1로 받으면 백이 2, 4로 홀랑 넘어가서 흑의 불만이다. 백16까지 쳐들어간 것은 백의 권리. "이젠 백이 도리어 유망한 거 아닐까?"(필자) "미세하지만 여전히 흑이 조금 남아요."(윤현석) 이창호가 이길 것 같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세돌의 끝내기도 정평이 있으니까 아직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