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최측근에서 보좌하던 3명 중 한 명인 마크 사이드너가 지난 1월 사임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사이드너는 핌코의 종합펀드 매니저이자 주식 부문 최고책임자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그는 모하메드 엘-에리언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가 사임을 발표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퇴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년간 핌코에 몸담았던 엘에리안은 연평균 7%가 넘는 수익률을 내며 그로스의 후계자로 여져졌던 인물이다.
회사를 이끌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면서 채권시장에서 핌코의 위상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날 FT는 대안채권펀드 부문에서 핌코가 JP모건자산운용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전했다. 핌코의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는 데 따른 결과다. 또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콜롬비아투자자문사는 그동안 핌코에 위탁했던 13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채권펀드 운용사를 핌코의 경쟁 채권운용사인 TCW그룹으로 교체했다. 콜롬비아는 3,56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문사다.
2조달러에 육박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핌코에서 투자자들은 지난 한해 동안 304억달러를 환매했다. 특히 그로스가 직접 운용하는 토털리턴펀드에서만 411억달러가 빠져나가 그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 수익률 악화로 그로스와 다른 간부들 사이의 이견이 불거지자 그로스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불만을 품은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핌코의 자중지란에 글로벌 펀드 분석업체인 모닝스타는 핌코에 대한 평가등급을 'B'에서 'C'로 한 단계 낮춰 회사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내렸다. 특히 펀드매니저의 이직률과 투자문화, 수수료 수준 등을 평가하는 양성 기초 점수(parent pillar score)는 '긍정적'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됐다. UBS자산운용의 알렉스 프리드먼 글로벌 수석투자책임자는 "핌코는 상명하복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로스는 회사의 투자원칙을 세울 때 이견이 나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핌코의 대표 펀드인 토털리턴펀드는 앞서 15년간 평균 수익률 6.69%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채권펀드의 명성을 이어왔으나 지난해 수익률은 -1.9%에 그쳐 1987년 펀드 출시 이후 세 번째로 연간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