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이 신용융자 제한에 대해 불만이 많아 부분적으로 허용하게 됐습니다.”
얼마 전 한 증권사가 신용융자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속사정이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신용융자 재개에 따른 비난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새로운 서비스정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철회하는 촌극을 연출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신용융자 제한은 증시과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들고 나온 조치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제한에 나서면서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웠다. 시장은 증권사들의 이 같은 결정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주식투자 문화 정착에 힘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증시가 짧은 조정기를 거치고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자 한 증권사가 슬며시 신용융자 재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증권사는 이번에도 ‘고객을 위해서’란 명분을 들고 나왔다. 신용융자 제한으로 돈을 빌려 쓸 수 없게 되자 고객들의 불만이 많아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고객을 위한 신용융자 제한’이 ‘고객을 위한 신용융자 재개’로 탈바꿈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문가들조차 “증시 상승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도리질치는 상황에서 빚을 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과연 고객을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이러한 이중잣대야말로 증시를 과열로 이끄는 비틀어진 상술이 아닐까. 증권사는 ‘합법적’이라고 항변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애초에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신용융자 제한에 나섰을 때 시장이 박수를 보낸 것은 증시 풍토를 탄탄히 다지겠다는 증권사들의 선의를 높이 샀던 것이다.
물론 신용융자에 대한 책임은 돈을 빌린 사람이 져야 한다. 따라서 투자자들도 ‘묻지마 투자’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지금과 같이 증시가 과속으로 치닫고 있을 때 신용융자를 재개하는 것은 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증시과열을 방조했다는 미필적 고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