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건강보험에서 조차 직장인은 봉

[사설] 건강보험에서 조차 직장인은 봉 직장건강보험이 흑자를 내서 지역건강보험의 적자를 메워주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어 건강보험의 재정 통합의 목적이 어디에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건강보험재정을 직장재정과 지역재정을 나눌 경우 올해 직장건보는 8,50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이 돈은 고스란히 지역건보의 적자를 메우는데 사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장건보 부문이 흑자를 낸 것은 지난 2년반 사이 봉급생활자로부터 많은 돈을 거둬들여 보험료 총액이 81%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보재정이 흑자를 낸 것은 봉급생활자가 받은 의료비 혜택보다 보험료를 그만큼 더 많이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건보 가입자가 907만명임을 감안할 때 건보재정의 8,500억원의 흑자는 1인당 9만3,700원씩을 더 거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반해 지역건보재정의 경우 지난 2년반 동안 총 보험료 수입이 직장건보 보험료 수입보다 턱없이 낮은 27%에 그친데다 그나마 예상보다 855억원이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금년말 까지 누적적자는 9,7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장건보재정과 지역건보재정간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두 의료보험재정 통합 때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건강보험통합을 강행한 목적은 고질적인 지역건보재정의 적자를 직장건보재정의 흑자로 메우기 위한 속셈이었음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과 보험료징수시스템 정비 등과 같은 귀찮은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지 않은 채 지역건보재정의 부실을 봉급생활자에게 손쉽게 떠넘기겠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지역건보재정의 적자를 봉급생활자에 떠넘기는 불합리가 지속돼서는 안 된다. 건보재정 통합을 취소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지역건보재정이 건실화 할 때까지 직장건보재정과 지역건보재정을 분리 운영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유리지갑으로 비유되는 봉급생활자는 소득파악률이 낮은 자영업자등에 비해 세금을 비롯한 많은 면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에서조차 봉급생활자가 봉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다. 손쉽게 봉급생활자의 보험료를 올리기 전에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과 징수율을 높여 지역건보재정 적자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건강보험재정 통합은 그 다음에 했어야 할 일이다. 입력시간 : 2004-08-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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