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부터 공동교섭을 해왔습니다. 노조들 사이에 건전한 경쟁 구도가 생기면서 노조의 투명성 강화와 함께 노사관계는 안정됐습니다." (1사 3노조 금호석유화학 관계자) "두 개 이상의 노조로 가다 보면 노노갈등의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죠." (한국거래소 단일노조 위원장) 오는 7월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전면 허용의 영향은 어떨까. 이는 이미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가 조직돼 있는 '1사 다수노조' 사업장들의 노사관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전국에는 107개 사업장에 240개(고용노동부ㆍ2009년 4월 기준)의 다수노조가 조직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사 다수노조는 복수노조의 풍향계=1사 다수노조는 기업합병, 노조의 산별조직화, 조직 대상의 차이, 지역적 분산 등을 이유로 한 사업(장)에 다수의 노조가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해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규정하고 있는 복수노조(기존 노조와 조직대상을 같이하는)의 개념과는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한 사업(장)에서 다수노조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복수노조 전면 허용을 앞두고 이들 다수노조 사업장의 노사 단체교섭 형태나 노사관계의 문제점을 미리 살펴보는 것은 향후 노사관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복수노조의 시행을 늦추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1사 다수노조의 지속적인 증가를 꼽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09년 4월 기준으로 전국 107개 사업장에 240여개의 복수노조가 조직돼 있다. 40개사(37.4%)는 동일한 상급단체(한국노총 20개사, 민주노총 20개사)를 두고 있고 50개사(46.7%)는 양대 노총이 섞여 있다. 나머지 17개사는 한국노총(민주노총)과 미가맹 노조로 구성돼 있다. ◇복수노조, 약인가=합성고무와 수지를 생산하는 업체인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노조가 3개로 구성돼 있다. 울산 고무공장, 울산 수지공장, 여수 고무공장 등 총 세 개 지역에 각각 별도의 노조가 설립돼 있다. 1987년 울산 고무공장에 최초로 노조가 설립된 후 여수 공장에도 노조가 생겼고 2001년에는 금호케미컬을 인수합병하면서 지금의 1사 3노조 체제가 완성됐다. 상급단체는 모두 한국노총이고 노조별 조합원 수는 울산 고무공장 101명, 울산 수지공장 124명, 여수 고무공장 164명으로 과반수 노조 없이 세 노조가 엇비슷한 규모다. 외부에서 보면 비슷한 규모의 노조가 난립해 노노갈등과 이로 인한 회사의 노무비용 증가를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금호석유화학은 노조가 설립된 후 지난 23년간 노사분규가 없는 대표적인 무분규 사업장이다. 금호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회사 발전이라는 큰 틀 아래 다수 노조가 건전한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사는 임단협과 관련해 처음에는 개별교섭을 해왔다. 그러다 2005년부터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두 분야로 나눠서 교섭을 진행했고 2007년부터는 이를 통합해 공동교섭을 하고 있다. 개별교섭에서 분리교섭, 그리고 공동교섭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모두 노사의 자율적인 필요와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임금 성과급 체계가 비슷하고 과거 공장별로 개별교섭을 하더라도 단협체결 이후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동일하게 적용됐기 때문에 공동교섭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적은 편"이라며 "다수노조가 역기능도 있겠지만 노조 간 경쟁을 통해 일이 투명하게 처리되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의 차량용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산도브레이크는 상급단체가 다른 두 개의 노조가 있다. 하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도고경지회, 다른 하나는 한국노총 산도브레이크 노조다. 양 노조는 개별적으로 회사와 단협을 맺고 있다. 교섭시기가 한 두 달 차이가 날 뿐 임금과 근로조건에 관한 사안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타결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상급단체의 지침이 다르고 교섭 시기가 달라 노조들이 서로 견제하는 경우가 있지만 노사가 목표를 설정하고 합의를 통해 자율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독인가=한국거래소의 양대 노조인 단일노조와 통합노조는 최근 조직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오히려 기존에 있던 노조들이 하나로 뭉친 것이다. 양대 노조가 통합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다수노조 상태에서 지속됐던 노노 간 갈등을 뛰어넘기 위해서다. 2005년 증권거래소ㆍ코스닥협회ㆍ선물거래소ㆍ코스닥위원회 등 4개 기관이 합병하면서 지금의 한국거래소가 출범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관의 노조들도 이듬해 짝짓기를 통해 증권거래소·코스닥협회의 단일노조와 선물거래소·코스닥위원회의 통합노조 두 개로 재편됐다. 하지만 양대 노조로 통합분리된 후 한국거래소는 노사갈등보다 노노 간 갈등이 더 큰 문제로 지적돼왔다. 인사·조직 개편시 편가르기와 줄서기 문제를 비롯해 신규직원 유치전을 둘러싼 갈등 등 5년간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통합을 결정한 유흥렬 단일노조 위원장은 "여러 기관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2노조 체제로 가다 보니 서로가 상대방의 발목을 잡는 형태가 반복됐다"면서 "향후에 다시 복수노조로 갈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렇게 될 경우 갈등이 더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양대 노조가 통합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복수노조 하에 여러 노조들이 생기면 조합원들의 선택권은 넓어질 수 있지만 임금·보수 등의 차이에 따라 노조 간 반목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1월 환경자원공사(한국노총)와 환경관리공단(민주노총)이 합쳐지면서 출범해 1사 2노조가 됐다. 공단의 특성상 임금은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두 노조 간 큰 차이가 없지만 단체협약을 새로 맺을 때 반발이 예상된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두 노조의 상급단체가 다르니 지침에 따른 행동양태도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조합원 수도 대등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