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안정적 식량 확보도 안보다


국제곡물가격이 올 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미국 중서부와 남미ㆍ러시아 등 세계 주요 곡물생산 지역의 가뭄으로 국제곡물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안정적이던 국제곡물가격은 7월 들어 20~40%나 급등했다. 최근 국제곡물가격은 전반적인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변동주기가 더 빨라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국제곡물가격이 다시 급등하자 전세계는 지난 2008년과 2011년에 이어 또다시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매년 1,400만톤 이상의 곡물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도 다시금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 때 경험했듯이 글로벌 식량위기가 반복되는 원인은 간단하다.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 중국ㆍ인도 등 거대국가의 인구ㆍ소득 증가, 국제투기자본의 유입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곡물 단수ㆍ면적 증가에 따른 공급 증가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수시로 발생하는 것도 공급 불안과 가격 불안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 대응체계 재정비

결국 최근의 글로벌 식량위기란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금융위기 등으로 수요가 일시 감소하면 잠시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가, 수요가 원상복귀하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이상기후가 겹치면 가격상승폭이 더 커지는 사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식량위기 때마다 수입곡물 할당관세 적용, 사료구매자금 저리 지원, 조사료 재배 확대 등 단기 대책 외에도 국가조달시스템 구축, 해외농업개발, 비축제도 및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등 많은 대책을 마련ㆍ시행해왔다. 하지만 매번 비슷한 대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여전한 듯하다.

관련기사



글로벌 식량위기 때마다 나오는 종합대책들이 성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급등한 국제곡물가격이 몇 개월 지나면 다시 안정세로 돌아서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관련 대책들도 추진동력이 약해지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가계에서 차지하는 식료품 지출 비중이 낮아지고 쌀이 남아돌아 평소 식량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이제 글로벌 식량위기 때마다 대책만 되풀이하는 것을 끝내야 한다. 우리는 글로벌 식량위기가 반복되는 원인과 향후 식량수급 및 가격 움직임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국제시장에서 싼 가격으로 손쉽게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원인과 전망에 대한 논의보다 이미 마련된 대책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시행해 안정적인 식량확보 체계를 확립할 것인지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시행됐던 대책과 전략들이 당초 기대했던 성과로 연결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을 규명하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추진방식을 조정하거나 추진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에너지처럼 안정적 확보 힘써야

우리처럼 식량자급률이 매우 낮은 일본ㆍ스위스 등에서는 민간기업은 수익 차원에서, 국가는 안보 차원에서 항시 곡물을 충분히 확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비상시를 대비한 실행 프로그램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업은 수익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식량을 확보하고 국가는 안보 차원에서 식량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식량은 에너지와 달리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자원으로 인식되지 못했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지지도 못했다. 이제 식량도 해외나 국제교역시장에서 확보해야 할 중요한 자원의 하나로 보고 비상시를 대비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