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玄회장 “현대엘리베이터 국민기업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를 유상증자방식으로 `국민기업화`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재격돌을 선언한 것이다. 이는 2000년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간에 이른바 `왕자의 난`이후 3년 8개월 만에 `숙부와 조카 며느리`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사태가 다시 발생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끝나지 않은 경영권 분쟁 = 이번 증자 결의는 정 명예회장측의 지분율을 최대한 끌어내리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의 유상증자 전략이 성공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총 발행주식수는 1,561만주에 달한다. 이번 증자공모는 1인당 200주로 제한된다. 공모가격 역시 현재 거래가격보다 30% 할인된 4만2,700원으로 정했다. 방대한 인력과 막대한 자금이 동원돼야 한다는 점에서 왠만해선 정 명예회장 측이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가 마땅치 않다. 자칫 정 명예회장 측은 수백억원을 투입해 확보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44%)이 한순간 절반 이하인 20%대 안팎으로 떨어지게 된다. ◇소액주주의 힘, 재연되나 = 현 회장측은 그 동안 고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회장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물론 현대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일제히 KCC의 무혈입성을 거부하는 분위기에 힘을 얻고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현대증권은 어느 특정가문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KCC가 현대증권의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직원들이 우리사주(지분 20%)공모에 모두 참여할 경우 현회장 우호세력이 대폭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하나로통신 사례에서 보듯 시민이나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경영권 유지에 대해 이전보다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구태의연한 경영권 유지나 장악 방식에 대해 새로이 되짚어 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자 성공할까= 전문가들의 반응은 일단 회의적이다. 이번 증자의 공모주가가 4만2,700원으로 현주가가 고평가 상태이고 증자이후 희석되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적정주가가 4만원 수준인데 이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주식수가 178%나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4,270억원 증자는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증자가 실권주를 염두에 둔 계획적인 전략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일반인들은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현 회장 체제를 지지하는 임직원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 우리사주를 매집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다만 유상증자 납입일 전까지 주가가 떨어져 증자참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질 경우 `바람몰이식` 경영권 방어전략이 어느 정도 먹힐 지는 미지수다. <최인철기자, 조영주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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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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