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와 인수ㆍ합병(M&A)이 잇따르고 경영성과도 엇갈리면서도 주식시장에서 각 그룹별 영향력이 3년여만에 많이달라졌다. 또 주식시장내 기업가치 순위는 재계의 서열 잣대인 자산 순위와도 적지않은 차이를 보였다.
◆ 삼성 독주 속 LG '약진'… SK '부진'
상위 4개 그룹 중에는 삼성의 독주에 LG의 약진과 SK의 부진이 대비된다.
삼성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가까운 97조3천100억원(6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2001년말(62조1천400억원)에 비해 35조원이 증가해 부동의 수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전체 주식시장의 20.77%에 달하는 것으로 LG, SK, 현대차 등 세 그룹의 시장가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3년6개월전 4위였던 LG그룹은 LS전선과 GS가 계열분리해 나갔는데도 LG필립스LCD를 상장한 데 힘입어 시가총액이 38조1천700억원으로 10조원이 불어나 주식시장에서 삼성 다음으로 영향력있는 그룹이 됐다.
반면 SK그룹(27조3천500억원)은 회계분식 사태와 SK텔레콤의 성장 정체에 발목을 잡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시가총액이 감소, 2위 자리를 LG에 내줬다.
더욱이 SK그룹은 주식가치를 크게 키운 현대차그룹(26조5천800억원)에도 간신히앞서 있는 처지다. 3년6개월 동안 SK그룹은 주식가치를 1조원 까먹은 반면 현대차그룹은 14조원을불렸기 때문이다.
◆ 현대중.한진.CJ '부상'… 현대.롯데.KCC '후퇴'
지난 2002년과 올해 현대그룹과 LG그룹에서 각각 계열분리한 현대중공업그룹과GS그룹, 그리고 CJ그룹 등이 5∼10위권에 새로 등장했다.
현대중공업그룹(5조5천400억원)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주가 상승 덕분에 신세계(6조3천700억원)에 이어 6위에 자리하고 있고 GS그룹(4조2천100억원)도 당당히 9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진그룹(4조6천400억원)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주가가 실적호조로 날개를 달아 10위에서 7위로 껑충 뛰었고, CJ(3조6천200억원)도 계열사의 주가 상승과 CJ CGV상장에 힘입어 12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이에 비해 2001년 말만 해도 5위였던 현대그룹(2조8천300억원)은 연이은 계열분리로 현대중공업그룹에 자리를 내주고 12위권으로 멀찌감치 밀려났다.
또 롯데그룹(4조2천800억원)은 7위에서 8위로 후퇴했고, 8위였던 두산그룹(3조5천649억원)도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해 몸집을 불렸지만 11위에 만족해야 했다.
KCC(1조8천366억원)는 현대그룹 인수ㆍ합병에 나섰다가 실패한 후유증을 겪으며9위에서 18위로 추락해 시장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외 11∼20위권에선 한화, 금호아시아나, 농심 등이 재평가 덕분에 선전한 반면 현대백화점, 동양, 효성 등은 20위권 밖으로 사라졌다.
◆ 시장가치와 자산 순위는 별개 이러한 주식시장내 재계 지도의 변화는 재계의 공식 서열 잣대로 여겨져온 공정위 발표 자산기준 순위와 별개임을 보여준다.
지난 4월1일 발표된 자산기준 그룹 순위는 삼성-현대차-LG-SK 등의 순이지만 GS.LS전선의 분리로 3위로 밀려난 LG그룹이 주력계열사가 모두 상장된 현대차그룹에 비해 시장가치가 더 크다.
또 자산 순위 14위의 중형 그룹인 신세계는 주식시장에서는 5위의 대접을 받고있고 CJ도 자산 규모에 비해 증시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한화, 금호아시아나, 동부 등은 자산에 비해 시장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김종수 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