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에 빠졌던 시중 자금흐름의 변화는 위기 이후를 대비하는 정부의 출구전략(Exit Strategy)에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인상, 부동산규제 강화, 재정정책 정상화 등 출구전략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도 간접적으로 정부의 정책변화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겉으로는 출구전략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극도로 꺼린다. 자칫하면 간신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의 불씨를 꺼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구(Exit)라는 말을 미시적 정책집행(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바꾼다면 출구전략은 이미 진행형이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도 "출구전략이 꼭 금리인하 등 거시정책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양한 미시적 정책조정을 통해 접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시적인 출구전략은 이미 시행 중=정부는 출구전략을 맞춤식 처방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부동산 규제, 중소기업 대출 조절과 외화유동성 회수 등 미시적인 출구전략 정책들은 이미 시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예정에 없이 수도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내리는 식의 '충격요법'도 동원했다. LTV 인하에 이어 정부는 주택거래신고지역도 대폭 확대해 부동산에 몰리는 투기자금도 통제할 계획이다. 9월 국회에서 주택법이 개정된 후 주택거래신고지역이 확대되면 투기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강남3구뿐만 아니라 여의도ㆍ목동 등 최근 가격이 급등한 지역도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돼 6억원 이상 주택 구입시 실제 거주 여부를 밝히고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LTV 인하에 이어 주택거래신고지역 확대 등의 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더 강력한 총부채상환비율(DTI) 카드를 사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위기용 비상조치 오래 끌면 부작용 커져=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취한 비상조치들은 대부분 반시장적인 정책들이다. 특히 지난해 말 도입한 '국내 은행 외화차입시 원리금 상환에 대한 국가보증'이나 '은행채 등 일반채권을 한은의 RP 대상 채권으로 편입한 것' 등은 오래 끌 경우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오히려 확산시킬 가능성도 크다.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도 정상화가 필요한 비상조치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인 국가부채가 오는 2013년 50%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며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한 지출 축소, 위기대응형 복지사업의 정리, 중소기업 지원책 축소 등 세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세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본격적인 출구전략, 타이밍이 관건=금리인상 등 풀어놓은 돈을 거둬들이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타이밍은 언제쯤일까. 정부는 경기회복세가 피부로 와 닿는 4ㆍ4분기까지는 미시적인 전술을 구사한 뒤 내년 경제운용방향에서 거시적인 정책전환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물론 풀어놓은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에는 예상보다 거시정책 변화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성급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고 늦게 되면 수습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 더구나 금리정책의 효과가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타이밍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KDI는 단기유동성 지표인 본원통화 및 협의통화(M1) 증가율이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금융시장 참여자가 현재의 금리를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라며 "부작용을 감안해 가급적 조기에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