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의 이번 방한 메시지는 `강경 일변도의 한국식 노동문화는 이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버그 회장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기업들 가운데 한국의 강성 노조 때문에 사업하기가 끔찍하다거나 더 이상 투자하지 못하겠다고 토로한 사례는 너무 많다”고 전했다. 머나먼 이국에서 사업기반을 마련해 보려는 이방인들로선 한국의 강성 노조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꼽힌다는 이야기다.
그는 “거대 자본을 투자하는 다국적 기업들로선 보다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외자유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정작 투자실적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노동문화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노동문화부터 개선하라”= 그린버그 회장은 “한국은 지금 심각한 노동문제에 직면해 있다. 강성 노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것이 선결되지 않으면 외국자본의 투자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경제성장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정 성장과 외자유치가 성공하려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지원을 해주는 것 등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극한 노사대립과 경직적인 고용구조 등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AIG그룹 한국법인도 불과 2~3년전까지 심각한 노사갈등을 빚었지만 중국, 홍콩, 타이완에선 AIG가 활동하는 영역인 금융부문의 노사대립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덧붙였다.
◇“경직된 고용구조, 비 우호적인 법도 걸림돌”= 그린버그 회장은 이번 방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경직된 고용구조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기업의 필요에 의해 인력 및 관행을 용이하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가 기업들의 고비용 노동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된다”고 언급, 한국에 대한 투자 기피의 또 다른 요인을 지적했다. 그린버그 회장은 이와 관련, “한국을 포함한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경제권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풍부하지만 (다국적기업) 투자자는 냉정하다”면서 “경합대상 국가들인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에 비해 한국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린버그 회장은 한국의 (기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법 체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한국 정부는 모든 보험회사의 고용원에 대해 정규직 지위를 부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이 같은 지침은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노동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나아가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쌍무투자협정 체결 지금이 적기”= 그린버그 회장은 “한국과 미국이 지난 4년간 끌어온 쌍무협정(BIT)은 지금이 체결하기 가장 적합한 시기”라며 “(개인적으로)올해 말이나 내년초에는 성사가 될 것으로 바라본다”고 밝혔다.
비록 스크린쿼터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와 관련, “한국의 영화산업에서 방화의 시장점유율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개방할 수 있는 필요조건으로 내걸었던 일정 규모를 넘어섰다”며 “영화산업은 미국의 주요 산업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무협정 체결로 한국에게 유리한 품목이나 산업이 생긴다면 마찬가지로 미국이 유리한 품목이나 산업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자 협정체결을 낙관하는 배경이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