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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떨어진 집값 때문에 '날벼락'
[부동산 이슈 분석] 분양가·지분율 싸고 조합과 불협화음… 사업 접는 건설사 속출위기의 재개발·재건축공사비 인상·마감재 선정 등 용산역 전면2구역 등 곳곳 마찰개발 지연·시공사 변경 다반사…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 원인" 분석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노후 주택이 밀집한 서울시내 한 재개발구역.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재개발·재건축 사업 역시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서울경제DB
"건설사가 수주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하다 정작 본계약 때는 분양 성공을 명분으로 조합원 지분율과 분양가격을 낮출 것을 강요하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한 재개발조합 관계자)
"조합원이 가구나 마감재, 심지어 욕조까지 최고급 사양을 요구하면서 미분양을 우려해 분양가를 낮추자고 하면 시공사를 바꾸겠다고 한다. 미분양 나면 피해는 조합이 아닌 건설사가 떠안는다."(D건설사 관계자)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여겨지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미운 오리로 전락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사업을 둘러싼 조합ㆍ건설사 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공사 수주를 위해 다소 비현실적인 사업조건을 제시했던 건설사는 미분양을 우려해 조합원 지분율과 분양가를 낮출 것을 원하지만 조합 측은 요지부동이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협화음=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용산역 전면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과 시공사 간 본계약 1차 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조합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공사비를 3.3㎡당 450만원에서 57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총 분양가를 9,000억원에서 7,000억원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는 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조합 측과 대우건설은 공사비와 분양가를 놓고 현재 물밑 협상을 하고 있다.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 간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곳은 용산역 전면2구역 외에도 많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용산 국제빌딩4구역도 개발이 지연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되자 시공사인 삼성물산과의 계약이 해지됐다.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삼성물산이 공사비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은 탓이다. 조합 측은 시공사 재선정을 위해 세 차례나 공개입찰을 추진했으나 모두 유찰돼 현재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가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왕십리뉴타운3구역은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공사를 맡기로 했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컨소시엄으로 바뀌었고 강남구 도곡동 개나리4차 재건축조합은 현금청산을 요구하며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서대문 홍은1ㆍ12구역도 시공사가 교체됐고 은평 구산1구역과 안산 군자주공6단지 등도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업체를 찾고 있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 손 떼는 건설사=잇단 시공사 교체는 겉으로는 조합 측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비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건설사들이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형국이다.
도시재생사업의 터줏대감이던 삼성물산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0년 2조2,000억원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수주했으나 지난해에는 2,434억원으로 급감했고 올 6월 말 현재 수주물량은 '제로(0)'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2조5,493억원이던 수주액이 올 상반기에는 3,884억원에 그쳤다.
2008년 이후 주택경기가 침체되면서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에 '올인'하던 건설사의 태도가 최근 들어 급변한 것은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예전처럼 실적을 위해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라면 덮어놓고 수주하는 일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며 "요즘처럼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수익성"이라고 말했다.
◇눈높이 높아진 조합과 주택경기 침체가 원인=도시재생사업이 위기를 맞은 것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이 꼽힌다. 우선 건설사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서 출혈 수주전을 펼치면서 조합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고덕지구 일대다.
주공7단지의 경우 두산건설이 174%의 확정지분을 제시해 수주했고 이어 현대산업개발은 5단지 측에 161%의 무상지분을 제안해 공사를 따냈다. 보통 재건축 단지의 무상 지분율이 120~13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주택경기 장기침체로 미분양 재건축ㆍ재개발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건설사가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건설사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비를 인상할 것과 미분양 방지를 위해 분양가를 내릴 것을 조합 측에 요구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분양가를 낮추려면 관리처분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고 다시 연다고 해도 손실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지지 않는 조합원이 분담금을 더 떠안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확정지분제와 도급제=확정지분제는 시공사가 일정한 무상지분을 조합원에게 약속하고 사업을 맡아 추진하며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추가이익은 시공사가 가져가는 사업방식이다. 도급제는 시공사에 정해진 건축비만 지급하고 모든 중요한 결정권은 조합이 갖는 사업방식이다. 확정지분제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며 도급제는 조합이 개발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