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우사태 50일] 1. 왜 이렇게 됐나

거대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정부와 금융권은 그동안 온갖 대책을 다 쏟아냈다. 그러나 대책의 결과는 계열사 영업중단과 협력업체 연쇄도산 등 경제전반에 엄청난 파장만 몰고 왔다. 한마디로 정부의 대우사태 대책은 아직 진행 중이긴 하나 현재로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대책 실패의 원인은 간단하다. 대우위기에 대한 「진단」이 잘못됐고 「처방」도 서툴렀기 때문이다. 대우사태 50일을 시리즈로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김우중(金宇中) 대우그룹 회장이 사재담보를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7월19일. 이후 정부는 대우가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나 ㈜대우·대우자동차 등 6개 계열사만 남기는 내용의 수정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고, 결국 8월26일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더니 지난 6일에는 알짜 3개 계열사가 은행관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3만여 대우 협력사들이 부도위기에 몰렸고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 8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경제동향보고서에 따르면 8월 서울지역 어음부도율은 1.58%를 기록하고 있다. 이 부도율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들은 대우사태가 공론화되기 훨씬 전부터 『대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도상(圖上)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또 유동성위기가 현실화하자 정부는 『구체적인 액션 프로그램(실행계획)을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97년의 한보와 기아사태를 거치면서 노하우를 터득했고 위기관리에 이골이 났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러나 재계는 지금 『워크아웃과 은행관리가 기껏 정부가 고민한 액션 프로그램의 실체냐』고 되묻는다. 처음부터 유동성위기 공개 후 워크아웃→은행관리의 수순을 염두에 두었는지,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나타난 온갖 후유증도 예상했는지 의아해한다. 지금 정부당국자들은 『금융기관의 이기심이 경제를 망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지난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2차 금융구조조정의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재계는 『나부터 살아야 한다」는 금융권에다 대우사태 수습의 임무를 맡기는 게 옳으냐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70조원, 즉 6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일거에 해결할 능력을 가진 금융기관과 이를 지탱해갈 경제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재계는 우선 『대우를 「살리는」 방향으로 먼저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50여일 동안 정부와 채권단은 그룹을 해체하고 계열사를 조각내는, 즉 「죽이는」 데만 신경을 집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대우의 유동성위기는 국내보다 해외투자에 따른 부채증가 때문에 일어났다.여타 재벌그룹과 달리 부채비율 축소 등 재무구조 개선이 늦어진 이유는 주가가 하락,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서다. 정부가 기업별로 「죽이기」에만 나서지 않았어도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를 살리는 유일한 길은 선 자금지원으로 기업을 우선 정상화시킬 수 있는 자생력을 부양해주는 것인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도 대수술을 앞두고 체력이 딸리면 체력을 우선 보강하는 것과 같이 기업이라는 생명체도 유동성 증대가 우선이었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사태 초기 공적자금을 기업에 즉시 투입, 우선 살려놓고 정상화시킨 후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미국 크라이슬러의 사례가 도입됐어야 했다』고 아쉬워한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협력업체가 위태로워지고 납품중단으로 공장이 멈추는 등의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고 GM과의 제휴협상도 순조로웠을 것이라는 뜻이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관련기사



손동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