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특별한 모멘텀없이 횡보장을 거듭하면서 펀더멘털이 견고한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진행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2ㆍ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 앞으로 실적 전망이 좋은 기업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무리 국면 진입한 ‘어닝 시즌’=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지난 1일 장 마감 직전까지 올 2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49곳에 달해 2ㆍ4분기 ‘어닝 시즌’은 마무리 국면에 와 있다.
서울경제가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컨센서스를 보유한 79개 종목 가운데 44개 기업이 실제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돌았다. 약 55.7%의 기업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것이지만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한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증시에서 외국인이 매도 강도를 크게 줄이고 있는 반면 국내 증시에서 매도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어닝 시즌이 시작된 이달 9일부터 현재까지 외국인들은 이틀을 제외한 13거래일동안 매도 공세로 일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역시 유가 하락 안정화 등 대외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2.6% 소폭 상승에 그쳤다.
◇경기 둔화 우려 불구 펀더멘털 양호한 기업은 주가 올라= 최근 증시 흐름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 향후 실적 전망치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나라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거듭된 등락 속에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따라 주가 향방 역시 엇갈리는 모습”이라며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2ㆍ4분기 실적 뿐만 아니라 하반기 전망까지 좋은 기업들이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시즌 마감 이후에도 튼튼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실적 전망치가 양호한 기업에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까지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한 44개 종목 중 3ㆍ4분기 및 4ㆍ4분기 영업 이익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신원ㆍ세아베스틸ㆍ한화ㆍ현대건설ㆍ대한해운ㆍ금호석유ㆍ효성ㆍ케이씨텍ㆍSK에너지ㆍLG생명과학ㆍLG전자ㆍ현대미포조선ㆍ글로비스ㆍ녹십자 등 14개 기업이다.
이들 중 실적 발표 전날 종가 대비 지난 1일 종가가 높은 8개 종목은 실적 발표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잇딴 ‘러브콜’을 받고 있다.
세아베스틸이 실적 발표 다음날인 지난 23일 5개 국내 증권사로부터 향후 실적 전망 및 적정 주가 상향 판정을 받으며 7거래일 동안 8.7% 상승한 게 대표적 예다.
반면 양호한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ㆍ내외 악재로 인해 펀더멘털이 약해진 기업들에 대해선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 3ㆍ4분기, 4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6%,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호석유는 금호그룹의 재무리스크 부각으로 이틀새 12.9%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