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칼럼/3월 26일] '마잉주 효과'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난 대만 총통 선거 직후 대만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마상(馬上) 하이(High)’. 말 그대로 마잉주가 총통이 되니 대만 경제가 고공비행을 할 것이라는 의미인데 ‘마상(馬上)’은 중국어로 ‘즉시’라는 뜻이어서 마잉주의 당선효과가 민생경제에 즉각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대만 국민들의 소망이 중의적으로 담겨 있다. 대만 국민들의 기대대로 ‘마잉주 효과’는 총통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야말로 ‘곧바로(馬上)’ 나타났다. 선거 뒤 첫 증시 개장일인 지난 24일 대만 가권지수는 중ㆍ대만(양안ㆍ兩岸) 관계개선에 따른 경기활성화 기대감으로 4% 가까이 급등하며 8,865.35포인트를 기록했다. 마잉주 효과는 양안 직항로 개설과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 상한선 해지 등 마 당선인의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대만 경제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당장 중ㆍ대만 직항 개설에 따라 물류ㆍ관광산업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중국 자본의 대만 유입이 확대되고 대만 IT기술의 중국 이전이 가속화돼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생겨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마잉주 당선인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연간 6% 성장률 달성도 상당히 앞당겨질 수도 있다. 전임자인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집권 8년 동안 달성한 12% 경제성장률을 불과 2년 만에 압축 달성하는 것이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한마디로 이데올로기 정치에 대한 민생정치의 승리였다. ‘경제 살리기’를 앞세운 마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대선을 열흘 앞둔 상황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 후보를 크게 앞서며 당선이 확실시됐으나 예기치 않게 터진 티베트 시위 사태로 선거판세가 한때 크게 요동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 국민들은 결국 ‘경제’를 선택했다. 국민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가 이념적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는 진실이 다시 입증된 것이다. 대만에 앞서 대선을 치른 우리도 선택은 같았다. 하지만 요즘 집권당을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민생경제를 살려달라고 표를 몰아줬더니 다툼만 일삼다가 총선을 불과 몇 일 앞둔 시점까지 후보를 내놓다니 도대체 어느 민주주의 국가가 이런 식으로 국민을 무시한단 말인가. 이제 대만의 마 당선인은 ‘마상(馬上) 하이(High)’라는 대만 국민들의 여망을 끌어안고 한국을 추월하기 위한 전진에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경제회생’이란 중대한 책무를 맡은 우리 정치권은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다. 선진국을 향해 가겠다는 한국이 맥없이 대만에도 뒤처지고 마는 건 아닌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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