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날씨가 풀리면서 소비시장에도 온기가 전달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주체 모두가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질까 소비의 미덕을 살리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관리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불씨를 살려내는 것도 고민이지만 국내소비를 견인했던 일부 여유계층들이 국내보다는 해외 서비스 지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 연휴 때만 되면 중국ㆍ동남아행 비행기표는 귀향길 기차표만큼이나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방학이 되면 우리 아이들은 캐나다ㆍ미국ㆍ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삼매경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가 비단 부자들만의 선택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선택이 어느새 서민들 사이에도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 해외여행ㆍ유학ㆍ서비스 지출규모가 17조원을 훌쩍 넘었다고 한다. 이 결과 6년 만에 최대 신기록을 세운 경상수지 흑자가 무색하게 여행과 유학, 로열티 등으로 구성되는 서비스 수지는 6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최근 원화절상과 더불어 서비스 수지도 계속 악화되고 있어 올 서비스·소득·이전수지 적자규모가 최대 130억~1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부자들이 해외소비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보면 이렇다.
첫째, 골프ㆍ관광 등 국내 레저산업의 시설과 경쟁력이 국내 부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다. 레저뿐 아니라 교육ㆍ의료 분야 역시 선진국과는 경쟁이 되지 않아 원정출산ㆍ원정시술이 부자들 사이에 만연돼 있다. 이렇게 해외 서비스에 뿌려지는 연간 지출액이 국내 서비스 구매에 사용된다면 32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둘째,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제도도 문제다. 예를 들어 접대비 실명제와 성매매 방지법을 명분이나 도덕적 측면에서 반대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편일률적인 이러한 조치들이 국내 소비의 위축과 해외지출을 늘리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자들의 엄청난 구매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상위 20% 계층이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보니 부자들이 내 파이를 앗아갔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 수 있다. 이러한 ‘반부자 정서’ 역시 부자들을 해외로 내모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부자들의 선택은 개인의 비용과 편익을 고려한 결과이다 보니 해법이 단순하지 만은 않다.
서비스업의 차별적 규제를 없애고 해외에 빗장이라도 열어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자고 생각해 봄직도 하지만 지금은 단기적 처방이라도 써봐야 하는 실정이다. 시시각각 부자들의 달러가 새고 있는 상황에서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한다. 일단 이들이 마음 놓고 돈을 쓸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라도 조성하고 애국심에 호소하는 수밖에….
“당신의 선택이 32만개의 일자리를 좌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