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행복이란?… 재밌게 풀어쓴 철학 입문서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영국의 신경제재단(New Economic Foundation)이 2006년 여름 발표한 행복지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남태평양의 작은 화산섬 바누아투 공화국이다. 인구 20만명 대부분이 농부와 어부이며 평균 예상수명이 63세로 그다지 높지 않다. 100개가 넘는 언어를 써 서로 의사소통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누아투 공화국과 비교하면 높은 예상 수명과 풍요로운 씀씀이, 여가와 오락문화를 즐기는 이른바 선진국의 행복지수는 ‘비참한’ 수준이다. 미국 150위, 일본, 94위 독일 81위, 덴마크 112위, 한국 102위, 러시아 172위, 짐바브웨 178위로 나타나있다. 돈ㆍ소비ㆍ권력 그리고 높은 예상 수명은 인간의 행복 충분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철학자이자 학술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세기 철학자들의 사상과 심리학자 그리고 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 해답을 찾아간다. 도덕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행복이라고 했던 칸트의 주장에 대해 그는 의무와 행복을 하나로 하는 상당히 어설픈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또 무조건적인 쾌락주의로 왜곡돼 온 에피쿠로스 사상의 본질을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긍정의 심리학’으로 연결한다. 에피쿠로스 학파는 육체와 정신, 자신과 영혼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끊임없이 어우러진다는 것을 철학의 핵심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자신을 긍정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책은 행복 뿐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 그리고 희망, 행복 등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옛 철학자들의 논리를 근거로 분석해 나가는 일반인들을 위한 철학 입문서다. 삶에 대한 굵직한 질문 외에도 ‘우리도 동물인데 동물을 먹어도 될까’ ‘자연을 보호하는 데도 이유가 있나’ 등 동물과 환경 등으로 범위를 넓혀 존재의 의미를 묻기도 한다. 마땅한 철학입문서가 없어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저자는 상아탑에 갇혀있던 철학적 사상을 세상으로 끄집어 내 영화와 연결하고 자신이 여행했던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들여 본질적이고 묵직한 인생에 대한 질문을 가볍고 경쾌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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