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도시 성공의 열쇠

아파트가격의 상승은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그간 취해온 정책을 분석해보면 수요의 감축과 공급의 확대, 두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요의 감축이란 양도소득세의 강화, 기준시가의 현실화, 재산세율의 상향조정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강화하여 가수요와 투기적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을 말하며, 공급의 확대는 민간 주택건설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개발규제를 완화한다거나, 공공의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하여 주택공급을 크게 늘려 가는 것이다. 이번에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파주런婉?신도시개발은 강남에서 시작하여 수도권 전역으로 파급되고 있는 작금의 아파트가격 급등에 대응하여 내놓은 공급확대 차원의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파주런婉?신도시개발이 강남의 주택가격 앙등을 진정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분양시점이 너무 늦고, 강남의 수요자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이들의 호응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도시개발의 성공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조건만 갖추어주면, 강남은 아니더라도 인근 지역의 주택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성공적 신도시개발을 위해 자주 거론되는 조건은 자족성이다. 그간 개발된 신도시들이 대부분 베드타운의 성격으로 개발되어, 모도시와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야기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고용측면에서의 자족성이 중요한 조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신도시가 자족도시가 되기는 어렵다. 과거 수도권 5개 신도시개발 때에도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였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들 신도시가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 인접하여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뿐만 아니라, 자족도시를 개발하고자하는 목표만 있었을 뿐, 전략과 실행의지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파주런婉?신도시 경우에는 90년대 신도시와는 달리, 서울 도심부로부터 상당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로부터의 영향을 덜 받고, 고용에 있어서도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 만약 이들이 서울의 주택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자족도시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불리한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교통시설에 관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이 합당하다. 두 신도시가 모두 서울의 서북쪽에 위치하는 만큼, 강남보다는 서울 구도심이나 여의도 등과의 연계가 중요하므로 이들 지역에 통근 가능한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도시를 기존의 간선도로나 철도에 연결시키는 것만으로 충분치 못하다. 주거지와 근무지를 연결시키는 새로운 전용고속도로가 필요하며, 지하철의 경우도, 급행열차의 운행이 가능해야만 한다. 그러면서도 서울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이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환경 지표에서 과거의 분당, 일산보다 더 나은 도시가 되지 않고서는 서울의 주택 수요를 더 먼 곳까지 끌어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신도시가 서울이 아닌 수도권 서북부 주택수요에 대비한 것이라면, 고용의 자족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고용을 위해서는 산업이 기반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수도권 과밀억제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충분한 고용창출기반 확보가 어렵다. 대규모 산업기능 수용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문제는 토지분양가격이다. 지금처럼 고지가시대의 수도권 도시개발에서 산업활동이 가능할 정도의 값싼 토지를 분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초기부터 토지매수가격의 상승을 막는 개발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가 되었건 간에 신도시개발이 성공하려면, 당장의 주택가격 안정에 개발목표를 두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도시의 성격을 정의하고, 목표를 현실화하며, 실천가능한 전략들을 마련해야만 한다. 아직 아이디어차원에 머물러 있는 경제자유지역과 연계시킨다던가, 개발이 장기화되고 있는 출판문화산업단지의 배후도시로 만든다던가 하는 것은 자족도시 요구에 대한 졸속 대응에 불과하며, 성공가능성도 높지 않다. <안건혁(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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