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최근 싱가포르투자청(GIC)로부터 555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함에 따라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번 유상증자로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비율(RBC)는 10%포인트 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RBC비율은 174%로 삼성화재(436%), 동부화재(254%), 현대해상(215%), 롯데손해보험(198%), LIG손해보험(182%)에 이어 6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자본확충으로 LIG손해보험을 제치고 상위 5위권 내에 안착하게 된다.
RCB비율은 보험사의 자산건전성 지표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와 같은 개념이다. 예상하지 못한 손실에 대응할 수 있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은 150% 이상이지만,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RBC비율 기준을 높일 방침이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메리츠화재의 경우 금융당국의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려면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예상하면서도, 이번 유상증자성공으로 건전성과 주가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기준 강화에 따라 RBC비율을 200%대로 높이기 위해 추가적으로 1,500억~1,800억원 가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본확충이 시작됐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자본확충 우려가 선반영 되면서 1월말 이후 주가가 약 16% 하락했다”며 “이번 증자로 주가하락 요인이 해소됐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화재측은 이번 자본확충에 GIC가 참여했다는 것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GIC가 운용자산 규모가 276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국부펀드인 만큼 추가 증자는 물론, 영업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한 관계자는 “GIC가 메리츠화재의 매출구조가 물적보험 보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뛰어난 인보험 비중이 높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계적인 국부펀드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만큼 영업 현장에도 도움이 되고,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