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8일] 지금이 FT와 싸울 때인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발끈했다. FT가 ‘Sinking feeling’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경제상황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FT의 14일자 보도 요지는 이랬다. 명목상 4,000억달러의 외채 등 한국의 높은 부채 수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말라가고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이 이뤄지면서 한국경제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즉각“FT의 보도는 오버(over)”라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달러 구하기에 나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를 시작으로 외환보유액 등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하며 FT의 위기론에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정부의 말대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11년 전과 지금의 대한민국의 상황은 분명 다르다. 어쩌면 FT의 보도가 과장, 왜곡 보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계속 실패하고 있다. 외신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알겠다. 하지만 역효과가 더 컸다. FT의 보도가 나간 지 며칠이 지났지만 우리의 경제 여건은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악화됐다. 잠시 안정을 찾는 듯했던 환율은 재차 급등했고 투자자들이 공포에 떨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서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는 등 주택시장의 한파는 더욱 거세졌다. 위기는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잇단 실기(失期)를 질타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자금시장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은행 간 거래 지급보증, 예금자 보호조치 강화, 무제한 달러 방출, 주식시장 부양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도‘검토 중’이다. 정치 논리에 사로잡혀 종부세 같은‘빗나간 정책’에 집착하는 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경제 정책에 대한 팽배해진 불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사람만은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것도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신과 전면전을 벌이는 모습은 오히려 경박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진정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다. 11년 전에도 정부는 FT와 전면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후 어떻게 됐는지 시장은 분명히 기억한다. 자신만만하던 YS 정부가 열흘 후 IMF에 손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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