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함께 투신권의 양대 골칫거리였던 대투증권이 7개월이 넘는 진통 끝에 하나은행의 품에 안기게 됐다. 대우그룹의 해체과정을 거치면서 금융시장 불안의 최대 뇌관 역할을 했던 투신권의 구조조정 작업이 만 5년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 셈이다. 정부는 대투증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궤도수정을 해왔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수익증권 환매 소동을 거쳤고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을 합병해 매각하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계속되는 기업부실로 공적자금 투입규모만 누증되면서 2조8,000억원의 혈세가 들어갔다. 지난해 7월에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PCA증권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또다시 ‘외로운 탕아’로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한투증권에 이어 대투증권 매각까지 마무리하게 됐지만 부담은 두고두고 남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적자금 투입규모는 또 한번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환란 이후 증권ㆍ투신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18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대투증권에 최소 1조원 이상이 새롭게 들어감에 따라 총투입규모는 20조원에 이르게 됐다. 환란 이후 금융권에 총투입된 공적자금 규모가 165조1,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권ㆍ투신권에만 10%가 넘게 들어간 셈이다. 이중 한투와 대투 두곳에만 10조5,000억원 가량의 혈세가 투입돼 제일ㆍ서울은행 등과 함께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물론 투신권의 구조조정 마무리는 공적자금 투입분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부실 뇌관을 제거했다는 점 외에도 초대형 증권사를 순수 국내 민간자본이 인수함에 따라 외국계 자본에 대항하는 토종자본을 만들어냈다는 데서 의미를 지닌다. 금융권에서 외국계의 ‘공습’은 미국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에 이어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의 제일은행 인수 등 ‘쓰나미(지진해일)’급에 비유될 정도였다. 여기에 하나은행이 대투증권을 거머쥐며 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 등과 함께 외국계 은행에 대항하는 ‘토종자본 빅4’로 성장하며 또 하나의 방패막이로 등장한 셈이다. 금융권의 인수합병(M&A)을 촉진시키는 매개체 역할도 기대된다. 연초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권의 구조조정을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라고 적시했다. 대투증권 인수를 목전에 둔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이라는 또 하나의 대형 매물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3~4개의 중소형사가 매물로 나와 있고 보험 등 2금융권에서도 M&A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금융권의 또 다른 부실 암초로 등장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투신권에 이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조조정 과제다. 전국 113개 상호저축은행 가운데 영업정지가 내려진 곳만 부산 한마음ㆍ플러스, 경남 거창 아림, 서울 한중 등 4개이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부실 저축은행도 7개나 남아 있다. 반면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의 부실에 대비해 저장하고 있는 자금은 예금보험금 지급으로 이미 바닥난 상태를 지나 1,178억원 지출초과이다. 다른 금융권의 저장창고(예보기금)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공적자금 저장창고 자체가 바닥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로서는 힘든 여정 끝에 큰 산을 넘었지만 또 하나의 낮아 보이지만 넘기 힘든 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